12월결산 거래소 상장법인의 올 상반기(1∼6월) 순이익이 10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12월법인 역시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난 7456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기업간 이익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코스닥시장 벤처기업들의 이익률이 떨어지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소 상장기업: 증권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는 16일 12월결산 상장사 572개사 중 관리종목 금융업종 등을 뺀 446개사의 반기(半期) 순이익은 10조398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7조7185억원보다 34.7% 증가했다 고 밝혔다. 은행 등 금융업종 17개사를 더하면 반기 순이익은 11조5509억원으로 늘어난다.
매출액은 233조1120억원으로 21.7%,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46.7%, 31.3%가량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176.9%에서 135.9%로 41%포인트나 낮아졌다.
▽장사를 잘한 이유=금융업종을 뺄 경우 12월결산 상장사들은 1000원어치를 팔아 44.6원의 이익을 냈다. 이는 내수와 수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결과.
조사대상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판매관리비 및 매출원가율이 감소한 데 힘입어 작년 상반기 6.4%에서 올해는 8.4%로 개선됐다. 또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데 힘입어 금융비용 부담률이 4.3%로 1.7%포인트 이상 낮아진 점도 수익구조 개선에 톡톡히 기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정보통신의 외형증가가 두드러지고, 내수 및 해외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에너지 및 자동차업종의 매출이 증가한 점이 돋보인다.
▽기업간 이익편중 심화=순이익의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빅4 의 상반기 순이익은 5조2932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무려 122%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분석대상 기업 순이익의 50.9%에 달하는 규모.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이사는 기업간 실적편차에 따른 수익불균형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며 재무구조 역시 초대형 4사의 총부채는 감소한 반면 상장기업 전체로는 소폭 증가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업종별로도 음식료 제지 반도체 자동차 통신업종은 수익개선이 돋보였으나 섬유 의복 시멘트 기계 조선 건설 운송 등은 거꾸로 악화되는 등 명암이 엇갈렸다.
:코스닥 등록기업: 12월결산 430사 중 작년 반기실적을 제출하지 않은 38개사와 은행, 관리종목 업체를 제외한 372개사의 순이익 합계가 7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4130억원에 비해 81%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41%, 67% 증가.
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10조689억원에서 올해는 13조4541억원으로 34% 늘어났다.
▽벤처냐, 일반이냐=163개 벤처기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1조8276억원에서 올해 3조29억원으로 64%나 급증했다. 반면 209개 일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7%에 머물렀다.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벤처기업이 45%로 일반기업 39%보다 높았다.
경상이익 및 반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풍부한 자금으로 이자수익 및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영업외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었기 때문. 특히 일반기업은 대형 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털)들의 약진에 힘입어 경상이익 및 순이익 증가율에서 벤처기업을 앞질렀다.
▽기업간 명암=코스닥기업 전체로는 순이익이 81% 늘었지만 막대한 이익을 낸 몇몇 업체를 빼면 그다지 의미있는 지표는 되지 못한다.
카드업계 호황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국민카드는 올 상반기 5986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748억원(증가율 893%), 순이익 1204억원(〃 1057억원)을 기록했다. 또 무한기술투자 등 9개 주요 창업투자회사도 반기순이익 합계가 2249억원에 달해 이들 10개사의 순이익이 코스닥 12월법인 전체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반면 평화은행은 대우 등 워크아웃기업 대출금 대손상각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1208억원 순손실을 내 사실상 자본 전액잠식 상태에 빠졌다.
인터넷 대표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새롬기술은 흑자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함을 반증했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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