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혈육을 찾은 남북 이산가족들은 15일의 단체 상봉에 이어 16일 숙소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 개별 상봉을 갖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산의 아픔을 달랬다.
○…평양 음악무용대학 교수인 김옥배씨(62·여)는 워커힐호텔 1406호에서 어머니 홍길순씨(88·서울 마포구)를 만나 얼굴을 맞대고 눈물을 흘렸다.
홍씨는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울먹이다 딸이 시집갈 때 주려다 못 주고 40년 동안 간직해 온 은반지를 딸에게 끼워준 뒤 “꼭 맞는구나”라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보낸 첫날 밤 무슨 꿈을 꾸었느냐.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머니랑 자는 꿈을 꿨다. 어머니에게 밥을 지어 드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오길수(69·전남 광주시) 윤연심씨(66)부부는 워커힐호텔을 찾아 오씨의 맏형 오경수씨(72)에게 지난 50년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 전달했다.
동생 길수씨는 ‘형님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형님! 내가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합니다…. 훌륭하신 형님, 남은 여생을 금보다 값있게 살아봅시다”라며 절절한 심정을 적었다.
연심씨도 별도로 쓴 편지에서 “결혼한 지 45년만에 처음으로 ‘시숙님’이란 호칭을 불러본다”며 “말도 못하게 기막힌 고생을 하고 흐느꼈던 그동안의 세월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시대를 원망해야 할 기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전날 유일하게 노모를 만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던 안인택씨(66)가 어머니 모숙자씨(89)를 극적으로 상봉,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건강하던 모씨가 노환으로 자리에 눕게 된 것은 3개월 전으로 15일 코엑스 단체 상봉 때는 현장에 나가지도 못하고 TV를 켜놨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대한적십자사의 주선으로 모씨는 16일 오전 며느리 임영순씨(50)의 손을 잡고 앰뷸런스편으로 워커힐호텔을 찾아 반세기 동안 헤어졌던 장남과 해후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초점 없는 눈빛이었고 큰아들만 “불효자가 왔다”고 울부짖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위암 2기의 몸을 이끌고 50년 전 헤어진 장남 안순환씨(65)를 만난 이덕만할머니(87·경기 하남시)는 17일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장남의 생일상을 차려 주기로 했다.
15일 단체 상봉에서 순환씨를 만나고 돌아온 이씨는 숙소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로 돌아온 뒤 가족들에게 “19일이 순환이 생일이니 상봉 기간 중 생일잔치를 열어 주자”고 제의했다.
가족들은 이에 따라 17일 워커힐호텔에서 있을 마지막 개별 상봉 때 축하 케이크를 준비해 생일잔치를 열어 주고 시계 카메라 내의 반지 의약품 등도 선물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