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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北측 인사가 본 남한/"여성들 옷차림 잡탕식"

입력 | 2000-08-16 19:17:00


이산가족 상봉차 서울을 방문한 북측 상봉단원들 가운데 일부 지식층 인사들은 16일 그들 눈에 비친 ‘남한 사회의 폐해’를 나름대로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대목은 외래어 남용 문제. 북한의 저명한 국어학자 유열씨(82)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조선말에는 외래어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쓰는 말이 그렇다보니 옷차림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남한 여성들의 옷차림은 전통적인 조선 옷차림도 아니고 양장도 아닌 ‘잡탕’”이라고 말했다.

북한 적십자회에서 물자배포 담당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김용환씨(68)는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름 ‘워커힐(Walkerhill)’이 해방전쟁(6·25전쟁을 지칭) 당시 활약했던 장군 이름을 땄다고 들었다”면서 “이것이 말 그대로 ‘걷는 사람’에 ‘언덕’을 합성한 말인지 어떤지 처음 듣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남측 가족이 머무는 숙소의 이름 ‘올림픽파크텔’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며 “우리의 경우는 ‘1여관’ ‘2여관’하는 식으로 불러 누구나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말해 체제의 차이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피바다’ 등에 출연했던 인민배우 박섭씨(74)는 16일 참관장소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민속관에서 먹은 식혜를 거론하며 “15일 상봉장 테이블에 수정과와 매실 음료를 담은 캔음료수가 있었다”며 “전통 음식은 우리식대로 먹어야지 편리성만 찾다보면 제 맛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식혜는 놋발이(놋그릇)나 질그릇에 담아 먹어야 한다”며 “캔에는 비루(맥주)나 적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통일을 주제로 한 소설 ‘길’ 등을 집필한 소설가 겸 드라마작가 조진용씨(69)는 롯데월드 민속관을 둘러본 뒤 “전반적으로 인민의 역사학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일부 대목이 빠져 있다”며 “동학혁명 등 민중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을 보다 많이 알리기 위해서도 남과 북이 함께 하는 민속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