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후 책임을 묻는다' 다카하시 데츠야 지음/이규수 옮김/역사비평사 펴냄/9000원▼
제2차세계대전, 아시아인에게는 태평양전쟁으로 기억되는 인류사상 최악의 참극으로 무려 2000만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의 젊은층은 과거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하며 저지른 만행에 대해 모른다. 10여년전 교과서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되자 일부나마 과거의 잘못이 역사 교과서에 실렸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본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쟁의 참극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각계의 중추세력이 된 층이 내는 소리다. 이런 '거꾸로 가는' 분위기를 틈타 일본 내에는 난징대학살이나 종군위안부조차 반일세력이 날조한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 등이다.
이들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한다. 죄라면 전쟁에서 진 것일 뿐이요, 태평양전쟁은 미국이 아시아를 다 집어삼키려고해서 힘없는 나라를 지켜주려다가 생긴 일이라고 주장한다.
도쿄대학교수인 저자는 일본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간한 용기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역사를 제대로 보지 않는 이들을 공박한 글을 모은 것이다 보니 책이 다소 딱딱하다. 그러나 이른바 지식인조차도 무엇 때문에 과거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적절한 책이다.
조헌주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