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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단원 장가용씨 노모와 꿈의 상봉

입력 | 2000-08-17 18:50:00


“어머니…, 저를 기억하십니까.”

“이게 꿈이에요 생시예요.”

반세기 만에 만난 어머니는 아들에게 존대말을 했다.

“‘야 이놈아 왜 인제 왔느냐’고 때리지는 못할망정 왜 존대말을 쓰십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사려깊고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은 그 옛날 그대로였다. 아들이 어머니를 끌어안고 쭈그러든 젖가슴을 만지는 응석받이로 돌아간 뒤에야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17일 평양 보통강호텔에서 노모 김봉숙씨(89)를 만난 장가용(張家鏞·65·서울대의대 교수)씨는 평생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인술을 펴온 고(故) 장기려(張起呂)박사의 아들. 남측 이산가족 지원단인 그는 어머니와 헤어져 호텔을 나선 뒤에야 비로소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