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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 되면 뭘하고 싶니?’
폴 버호벤 감독의 ‘할로우맨’은 바로 이런 질문에 가장 충실한 영화다.
상당수의 남자들은 이런 질문에 먼저 여자화장실이나 여탕에 몰래 들어가보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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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영화 30여편 주목받은 작품은 적어
타인의 은밀한 공간, 사적인 영역에 대한 훔쳐보기의 욕망이 첫번째를 차지한다.
하지만 H G 웰즈의 소설 이래 투명인간을 다룬 작품들은 이런 시각적 욕망보다는 투명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투명인간에 대한 주변의 두려움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해 왔다.
그러나 ‘할로우맨’은 언제나 관객이 상상하는 바를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화면으로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폴 버호벤의 영화답게 투명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다.
젊고 오만한 천재과학자 세바스찬 카인(케빈 베이컨)은 5명의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투명인간을 만드는 미 국방부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문제는 생명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명체를 원상태로 되돌려놓는 기술 개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동물실험에 성공한 카인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상부에 알리지 않고 자신을 상대로 한 인체실험을 강행한다. 하지만 원상태로 돌려놓는 약물이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켜 사흘로 예정됐던 투명인간 체험이 장기화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아니 누구나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투명인간이 된 카인은 관객의 무의식적 욕망을 빠짐없이 충족시킨다. 여자화장실과 욕실을 넘나들고 잠에 빠져든 여체를 희롱한다. 애인이었던 동료 린다 포스터(엘리자베스 슈)의 육체를 갈망하던 그는 급기야 이웃집 여인을 겁탈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사냥하는 마귀로 바뀌어간다.
버호벤은 여기에 또다른 시각적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그는 생명체가 투명체로 변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투명인간에 대한 영화 중 가장 엽기적인 상상력을 발휘한다. 살가죽이 벗겨지고 다시 내장과 근육, 힘줄, 혈관이 하나씩 사라지고 뼈가 발라지는 화면은 컴퓨터그래픽의 개가라기 보다 섬뜩한 상상력의 폭발이다.
케빈 베이컨이 화면에 별로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출연료가 아깝다는 생각하면 오해다. 실제로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타이즈를 걸친채 필름에서 지워져있을 뿐이기 때문. 오히려 촬영 내내 스튜디오에선 녹색, 연기속에선 파란색, 물속에선 검정색 타이즈를 입은 채 얼굴에는 바세린을 바르고 눈에는 콘택트 렌즈, 입에는 치아보철기까지 착용한 채 연기하느라 폐쇄공포증에까지 시달렸으니까.
사족 하나. 이 영화에는 투명인간의 가장 큰 고민이 빠져있다. 식사를 하면 체내에 들어간 불투명한 음식물 때문에 투명함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15세이상관람가. 9월2일 개봉.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