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영국 소설가 H G 웰즈(1866∼1946)가 1897년 발표한 ‘투명인간’이라는 소설에서다.
이 소설이 1933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투명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코미디 ‘엄마는 투명인간’에서 에로영화 ‘버터 스카치’, SF영화 ‘투명인간 특공대’ 등 모두 30편이 넘는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은 영화는 많지 않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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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면에만 집중한 대개의 영화들과 달리 ‘투명인간으로 사는 것’을 비교적 섬세하게 다룬 영화는 1992년 존 카펜터 감독이 연출한 ‘투명인간의 사랑(Memoirs Of An Invisible Man)’이다.
이 영화에서 과학 실험실이 있는 건물의 폭발로 우연히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주인공 할로웨이는 “어렸을 땐 투명인간이 되면 뭐든지 할 줄 알았는데 음식조차 먹을 수 없다”며 괴로워한다. 먹으면 위장 속에 흘러다니는 음식물이 보이고, 담배를 피우면 폐에 들어갔다 나오는 연기가 보인다.
눈꺼풀이 투명하기 때문에 잠조차 잘 수 없다.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통탄하지만, 그는 자신을 첩보요원으로 쓰려는 정보기관의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을 다닌다. 비가 내리자 투명인간인 할로웨이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장면의 특수효과가 아주 그럴싸하다.
국내에서도 이영하가 주연하고 김기충 감독이 연출한 영화 ‘투명인간’이 1987년에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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