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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법문사의 비밀'…1000년만에 열린 지하궁 안에?

입력 | 2000-08-18 18:38:00


9세기 중국 당나라의 황실 사찰이었던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의 법문사(法門寺). 1987년 이곳 지하궁의 발굴이 시작됐다. 고고학자들과 인부들은 설레는 가슴으로 땅을 파들어갔다. 삽 끝에 대리석 흔적이 묻어났다.

“아 드디어 지하궁의 천장에 도달했구나!”

발굴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흙으로 만든 불상 조각도 나왔다. 발굴단원들은 피로를 잊고 과거 속으로 점점 더 빨려들어갔다.

그런데, 흙더미 속에서 사탕봉지가 나왔다. 담배꽁초까지.

“도굴, 도굴된 것은 아닐까요?”

벅차오르던 가슴은 불안감으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침묵이 감돌았다. 이번엔 마오쩌둥(毛澤東)의 뱃지도 나왔다.

“아니 그럼, 문혁(文革)때….”

이 책은 중국의 대표적 사찰인 법문사의 지하궁 발굴 과정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재구성했다. 발굴 과정을 통해 당대의 역사와 문화가 하나 둘씩 복원된다. 당시 황실의 정치 투쟁, 불교와 도교의 갈등 등.

법문사엔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13층 보탑(寶塔)이 있었다. 이 탑은 17세기 명대에 지은 것. 1981년, 13m 높이의 이 보탑의 서쪽면이 무너져 내렸다. 1986년엔 나머지 반쪽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탑을 재건하기 위해 탑의 기반과 근처 유적지를 발굴했고 이 과정에서 지하궁이 발견된 것이다.

어쨌든 1000여년만에 지하궁이 열렸고 2900여점의 진귀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부처님의 진신사리 4과도 발견됐다. 모두 중국 고대사와 불교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이었다.

저자는 20세기말 한 위대한 발굴 이야기를 통해 9세기 중국의 불교 문화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법문사에서 미륵이 된 중국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와 그의 치마를 만날 수도 있고, 궁정용 다구(茶具)를 통해 중국인의 고대 차문화의 분위기도 접할 수 있다.

석달만에 발굴이 끝났다. 이즈음, 출토 유물을 보관중인 박물관 주변은 유물 탈취를 노리는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4일 후, 박물관 정문 앞 한 상점에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틈을 이용해 박물관을 향해 질주하는 검은 그림자들. 순간, 무장경찰의 총구에서 불이 뿜었다….

발굴단이 땅 속을 파들어가듯 과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시간여행도 흥미롭지만 발굴을 둘러싼 갖은 이야기들 역시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유소영·심규호 옮김. 742쪽 2만1000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