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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BC6000년 그들은 천체-수학을 알았다

입력 | 2000-08-18 18:38:00


▼최초의 문명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게오르그 포이어스타인 외 지음/사군자/정광식 옮김 498쪽 1만5000원▼

“발전된 문명을 가진 아리아인이 침략해와 토착 드라비다인을 인도 남부로 밀어냈다.”

우리가 배워 알고 있는 인도인의 성립 기원이다. 과연 그럴까. 기원전 4000년경에 이미 아리아인을 비롯한 여러 종족들이 인도 각지에 혼재했던 자취가 발견된다. ‘침략설’ 지지자들은 침략이 기원전 1500년경에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고문헌에도 ‘대침략’의 수난사나 정복의 자랑섞인 기록은 나타나지 않는다. 침략설은 허구였을까.

산스크리트어학자, 종교 역사학자, 고문헌학자등 세 명의 저자는 인도 고대사의 고정관념을 깨고 확보된 증거에 따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사람의 작업은 지금까지 알려져온 인도문명의 연대기를 수백년에서 수천년까지 끌어올린다.

책은 기원전 1900년경 인더스강 유역을 초토화시킨 홍수가 고대문명에 대한 기억을 퇴색시켰다고 말한다. 지질학적 증거들을 살펴보면 이시기에 대규모의 지각변동으로 강줄기가 바뀌어버렸고, 삶의 기반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북인도 동부 갠지스강 유역으로 이동하면서 역사의 단절이 일어났다는 것.

최근 발견된 파키스탄 지역의 머가르 유적이 대격변 이전의 풍요로운 문명을 증명한다. 기원전 6000년경 이집트의 인구가 3만명 전후였는데 당시 일개 도시였던 머가르의 인구가 이에 맞먹었으리라는 추론이다. 기원전 5000년이 되기전 이곳에서는 이미 산화철을 이용한 광택 도자기가 생산되었다고 책은 말한다. 기원전 6000년경의 천체 모습을 담고 있는 문헌들도 인도 문명의 ‘선진성’을 입증하는 증명으로 인용된다.

고대 인도의 정신적 영광을 나타내는 경전이자 찬송가인 ‘베다’의 설명에도 자연히 긴 분량이 할애된다. 여기서 베다는 의식(儀式)을 통해 과학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다. 베다에서 중요한 숫자로 나타나는 108은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를 태양의 직경으로 나눈 값. 역시 중요한 숫자인 339는 이 숫자에 원주율을 곱한 값이다. 제단을 설계하기 위한 실제적 용도에서 수학과 천문학이 발달했음을 증명한다는 것.

번역된 제목의 도발성에도 불구하고 인도문명이 ‘최초’라고 못박는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문명의 기원으로 알려진 수메르 문명도 인도 선진문명의 영향권안에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할 뿐이다. 오히려 고대사가 허술한 가정위에 성립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확신을 배제한 열린 자세가 고대를 향한 지적 탐구에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원제는 ‘문명의 요람을 찾아서’.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