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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고어 "풍요로운 미래로…" 출사표

입력 | 2000-08-18 18:38:00


미국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17일 마침내 ‘2인자 꼬리표’를 뗐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받고 정책에 역점을 둔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대회장을 가득 메운 대의원 등 청중에게 고어 부통령을 소개한 사람은 언제나 그렇듯이 부인 티퍼. 경쾌한 음악에 맞춰 가볍게 춤을 추며 연단에 오른 그녀는 “여러분이 보지 못했던 가족 앨범을 보여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2인자 꼬리표' 떼내▼

이어 연단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고어부부가 고교시절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우고 가정을 이룬 뒤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을 담은 각종 사진이 소개됐고 티퍼는 이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 고어 후보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화면이 정지되는 순간 고어 부통령이 대의원석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입장했다. 청중석에서 ‘와우’하는 환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어는 “진정한 나를 알리고 싶다”며 빌 클린턴 대통령과 차별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연설의 초점을 맞췄다. 그는 “경제번영은 역사의 좋은 장(章)이지만 이제 우리는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며 “우리가 이룬 경제가 아니라 앞으로 미국이 건설해나갈 더 낫고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하면서 나를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가 공화당을 겨냥, “그들은 강자의 편이지만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편”이라고 목청을 높이자 청중은 ‘고어 만세’ ‘고어 고(Gore go·고어 나가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공감을 표시했다.

▼딱딱한 이미지 벗기 주력▼

자신의 딱딱한 이미지를 해명한 것도 고어 후보가 이날 상당히 신경을 쓴 대목.

“사람들이 나를 보고 너무 진지하다고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오늘밤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은 인기투표 자리가 아니다. 때로 우리는 인기 없는 어려운 일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쉽지만 잘못된 일보다는 어렵지만 올바른 일을 위해 인기를 잃는 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고어는 “현재에서 만족하거나 후퇴하지 말고 미국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룩하도록 하자”는 말로 44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가족과 춤추며 단합 과시▼

축하음악 속에 대회장 천장에서 풍선과 색종이가 함박눈처럼 쏟아지면서 고어 후보가 평생 잊지 못할 화려한 정치축제는 뜨거운 열기 속에 절정으로 치달았다.

고어 후보의 가족과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의 가족, 주요 당직자 등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고어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며 단합을 과시했다.연단 스크린은 고어의 후보수락연설 중 핵심적인 부분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대통령직은 헌법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싸울 책임이 부여돼 있는 유일한 직책이다. 한 주나 지역만이 아니라,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 특히 자신을 대변하고 옹호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뒤지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나에게 대통령직을 맡겨주면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

좀처럼 벅찬 여운이 가라않지 않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흑인 목사의 기도가 이어졌다.“하나님, 이들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