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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후보]야심 숨긴 바벨여왕 '역도 김순희'

입력 | 2000-08-18 20:55:00


한국 여자 역도의 '기대주' 김순희(23·경남도청)는 요즘 대표팀의 여느 선수들처럼 시드니 올림픽 대비 훈련에 한창이다.

그러나 김순희의 마음 한 구석엔 작지 않은 부담이 그늘처럼 자리잡고 있다. 스스로 "큰 대회를 앞둔 탓"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고질인 허리 근육 통증으로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 조바심이 생기는데다 올림픽을 앞두고 새삼 조명을 들이대는 언론 때문에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동메달도 쉽지 않은데 자꾸 금메달이라는 말이 나오니 부담스러운게 사실이에요. 마음 편히 훈련만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아테네 세계선수권대회 용상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김순희로서는 그럴만도 하다.

75kg급에 출전하는 김순희의 올해 국제대회 최고 기록은 5월 오사카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들어올린 합계 240kg(인상 110kg, 용상 240kg). 중국의 순 티안니(257.5kg)에 이어 카자흐스탄의 크로모바, 헝가리의 리케레츠, 러시아의 하비로바 등과 함께 올시즌 세계 랭킹 공동 2위에 올라있는 좋은 기록이다. 게다가 올림픽 규정상 중국은 7개 종목 중 최대 4개 종목밖에는 출전하지 못하므로 경합이 예상되는 75kg급에 중국이 출전을 포기한다면 금메달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셈이다.

그런데도 김순희가 선뜻 자신감을 내비치지 못하는 것은 역도가 워낙 경기 당일의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자신감이 자칫 화를 부를까 하는 우려하는 것.

"예상 성적같은 것은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저 열심히 연습할 뿐이죠. 운이 따른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마치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김순희의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그 얼굴에서 오히려 '금빛'을 엿볼 수 있어 더욱 든든하다.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