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부는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기반 구축과 기술 개발을 위해 총 771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 예산은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삼성증권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 중 인터넷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비율은 10%정도뿐이다. 이 비율은 2001년 17%, 2002년에는 25%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소기업들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대기가 어렵다. 본격적인 고객 서비스를 위해 고급 프로그래밍을 개발하는 데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와 통신망 비용, 유지관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문적 인터넷 비즈니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미 인터넷 비즈니스의 준비를 끝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으로 뒷받침한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결국 B2B 전자상거래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중소기업이 온라인 비즈니스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B2B 전자상거래 지원 구상은 향후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대기업만의 경제가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신 인프라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참여하도록 하는 여건 마련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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