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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통신]가슴통증 'X증후군' 심장마비 확률 낮아

입력 | 2000-08-20 19:02:00


가슴이 갑자기 아프면 ‘혹시 내게 심장마비가 오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게 되면 심장근육으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돼 흉통이 생긴다. 그러나 관상동맥질환과는 무관하게 가슴의 근육 갈비뼈 늑막 식도 등의 질환 때문에 흉통이 생기기도 한다. 또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흉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들에게 관상동맥조영술로는 정상 소견이 나오지만 흉통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운동부하검사를 시행해 보면 심근으로 혈액이 적게 가는 심근허혈 (myocardial ischemia)소견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정밀한 검사법인 관동맥조영술에서는 정상이지만 운동부하 검사에서는 이상이 나타나면 환자와 의사 모두가 당혹해 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심장 전문의들은 ‘X증후군’(syndrome X)이라고 부른다. 지난 25년간 수 많은 연구는 실제로 심장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이런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에너지 대사이상〓알라바마대 의료진은 35명의 X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핵자기공명촬영법을 통해 에너지대사를 측정한 결과 일부에게서 관상동맥에 이상이 없어도 관상동맥질환자와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대사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찾아냈다.

최근 연구는 미세 혈관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심장의 미세혈관은 관동맥조영에서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 경련이 일어나거나 질환이 생기게 되면 심장근육으로의 혈류공급이 줄어들어 흉통이 나타날 수 있다.

X증후군 환자들이 당장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은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또한 몇몇 연구에서는 미세혈관에 경련을 막을 수 있는 칼슘길항제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하고 있다. 여하튼 X증후군 환자에게 나타나는 흉통은 머리속에서 상상해서 나타나는 신경성 흉통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아직까지 X증후군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흉통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되는 치료법 개발이 시작됐다. X증후군은 비단 여성에서 뿐만 아니라 남성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이들에게도 치료 혜택이 베풀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제공:이철환 서울중앙병원(미국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 심장내과 전임강사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