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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주부]홈페이지 '가족여행 답사이야기' 운영 김태경씨

입력 | 2000-08-22 18:48:00


“아이들 ‘답사 숙제’하기 힘들다고요? 부모가 즐기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배워요.”

‘가족여행 답사이야기’ 홈페이지(channel.shinbiro.com/@mojb01/main.htm)를 운영하고 있는 주부 김태경씨(38·서울 양천구 신정동). 97년 초 문을 연 이래 총 조회수 2만2000건, 하루 들르는 사람만 100∼200여명이 되는 ‘중견’ 홈페이지의 운영자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답사지는 전국적으로 120곳. 유적지 박물관 휴양림 등에 대한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월별로 ‘부도’ ‘고인돌’등 주제를 정해 함께 공부해보는 난도 있다.

“사실은 여행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해솔(10·신서초교 4년)이와 한솔(8·신서초교 2년)이를 데리고 전국을 누비다 보니 여행을 좋아하게 됐죠.”

김씨의 답사여행은 남편 고정현씨(40·정보문화센터 대리)가 96년초 전북 전주로 발령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PC를 배우고, 천리안 주부동호회에 가입하고, 주말마다 가족끼리 탐방다닌 지역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올렸다.

“주부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젊은 엄마들의 최대 고민이 주말에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답사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것이거든요.”

내친김에 서툰 실력으로 가족 홈페이지를 열었다. 남다른 내용을 담아야겠다는 욕심에 주말마다 가족끼리 쫓아다니며 모은 전남북의 답사정보를 꼼꼼히 수록했다.

그해 가을 서울에 옮겨 오면서는 답사 무대가 전국으로 넓어졌다.

“답사여행을 떠나려면 먼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관련 서적을 많이 참고했지만 요즘에는 괜찮은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서 인터넷만으로도 정보를 모을 수 있어요.”

여행지에 대한 내력과 얽힌 사연 등을 꼼꼼히 공부해서 오가는 길에 차에서 부담없이 이야기로 꾸며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방학 때 박물관에 가보면 언제나 보는 모습 있잖아요. 아이는 노트와 연필을 들고 엄마는 옆에서 ‘이거 받아 적어’하고 재촉하는 식이죠. 그렇게 해서 공부가 되겠어요?”

김씨는 ‘짜여진 형식’대로 써야 하는 기행문은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즐겁게 보고 느끼며 써놓은 일기를 바탕으로 답사 기행문을 쓰게 하고 홈페이지에도 올려준다.

남편 고씨의 도움도 크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남편은 전공지식을 한껏 발휘해 ‘이런 곳 어때요’ ‘살아가는 이야기’ 등에 글을 올리고 있다.

엄청난 ‘답사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글쓰기에는 자신이 없다”며 엄마의 홈페이지가 아이들의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솔이 한솔이가 아이를 낳아 여행을 데리고 다니면서 이 홈페이지를 이어나가 ‘가족사 기록관’을 만들길 바라요.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 되지 않을까요.”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