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원자로를 실은 러시아의 초대형 잠수함 쿠르스크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구조노력도 헛되이 승무원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제는 시신인양과 잠수함 처리 문제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시신인양▼
승무원의 시신을 바닷속에 오래 방치할 경우 신원확인이 힘들어 진다. 러시아 해군은 최대한 빨리 시신을 수습하려 하지만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바렌츠해는 북극해와 가까워 10월경이면 해수 온도가 급속히 낮아진다. 해저의 불안정한 조류도 인양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노르웨이측에 시신 인양 협조를 부탁했으나 노르웨이 해군은 “시체 인양은 구조작업과는 전적으로 다른 작업”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 북해함대의 블라디미르 나브로츠키 대변인은 러시아 잠수부들이 수심 60m 아래서는 작업할 수 없기 때문에 쿠르스크호를 수심이 얕은 지역으로 끌어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함체 처리▼
수장과 인양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해군 전문가인 조애너 키드는 수장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1989년 침몰한 콤소멜츠호 등을 대부분 수장시켰다. 미국도 핵잠수함 침몰사고가 2건 발생했으나 3000m 이상의 해저에서 일어나 수장할 수밖에 없었다. 수장의 경우에도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하므로 큰 비용이 든다.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러시아 해군 제독은 특수 케이블이나 초대형 공기 부양 백을 사용한다면 인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키드는 “쿠르스크호의 무게가 1만5000t에 달하는 데다 선체 내부에 완전히 물이 차 있어 실제 무게는 2만5000t에 달할 것”이라며 인양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인양에 최소 1억달러(약 11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사능 누출 가능성▼
전 러시아 해군 지휘관이며 환경운동가인 알렉산더 니키틴은 21일 “네 겹으로 된 보호장치가 설치된 원자로를 잠수함에서 별도로 분리해 수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원자로만을 떼어낸 다음 수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르스크호에 탑재된 두 개의 원자로는 사고시 자동 폐쇄되도록 설계돼 있어 아직 방사능은 새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한달 내에 함체를 인양하지 못하면 엄청난 수압과 부식 작용 등으로 보호장치가 파괴돼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침몰원인▼
이고리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21일 ORT TV와 인터뷰를 갖고 “쿠르스크호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도 이날 군소식통을 인용해 쿠르스크호에서 330m 떨어진 해저에서 다른 잠수함의 난간 파편이 발견됐다며 쿠르스크호가 영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국방부는 22일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지역에 영국 잠수함이 현재에도 과거에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러시아측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면 그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노르웨이 해군도 쿠르스크호의 침몰원인이 러시아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잠수함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 적재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언론이 22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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