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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선거사범처리 전례-전망

입력 | 2000-08-23 19:13:00


《정치권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A급 태풍’이 될까, 아니면 비만 뿌린 뒤 스쳐가는 단순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하고 말 것인가. 22일 중앙선관위가 현역의원 19명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내용의 16대 총선 선거비용실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그 파장의 강도는 아직 미지수다.》

▽선관위 실사는 ‘연습용 스윙’인가〓96년 8월23일 중앙선관위는 15대 총선 선거비용 실사결과를 발표했다. 본인이나 선거사무장 혹은 회계책임자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현역의원은 김윤환(金潤煥) 오세응(吳世應) 이세기(李世基)전의원 등 당시 여권의 중진의원 다수를 포함해 20명이나 됐다.

당시에도 재판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의원이 많아 무더기 재선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과는 달랐다. 검찰이 이미 기소한 상태에서 선관위가 위법사실을 추가로 통보했던 최욱철(崔旭澈) 이기문(李基文) 김화남(金和男)전의원을 제외한 당시 현역의원 전원이 검찰에서 내사종결처분을 받았다.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순수하게 선거비용실사와 관련한 현역의원 기소율은 ‘0%’인 셈이었다.

▽‘고발→일부 기소→일부 유죄판결→특별사면’은 선거사범의 정해진 코스?〓15대 총선과 관련해 검찰이 후보자 본인이나 ‘연좌제’가 적용돼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회계책임자와 선거사무장 등을 기소한 경우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은 19명이었다. 이 밖에 검찰이 불기소처분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 직접 재판을 요청하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추가로 재판정에 선 의원은 8명이었다.

27명 중 1심에서 당선무효가 가능한 판결(후보자 본인은 벌금 100만원 이상, 회계책임자와 선거사무장은 징역형 이상)이 내려진 의원은 14명이었다. 그러나 2심에 가면서 벌금이 100만원 미만으로 ‘깎이는’ 판결이 잇따라 당선무효 해당자는 7명으로 줄었다. 결국 이들만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뿐 아니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다시 5명이 구제됐다. 이명박(李明博) 홍준표(洪準杓) 이기문 최욱철 김화남 전의원이 그들. 이들은 대부분 정치재개의 뜻을 밝혔다. 따라서 선거사범들은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말을 경구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의원직 상실의원 중 아직 피선거권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건과 병합해 기소된 이신행(李信行)전의원 한명뿐이다. 조종석(趙鍾奭) 전의원은 본인이 기소된 경우가 아니어서 이미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선관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16대 총선과 관련해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비율은 41.8%이고 고발사건에 한정하면 기소율이 80%를 넘는다. 이는 14대와 15대 때에 비하면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검찰 기소율이 높아진 것은 선거법 개정으로 선관위가 불기소 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선거비용실사와 관련해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15대 때처럼 ‘성의 없이’ 처리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도 3월 선거사범 전담재판부 회의를 열면서 “앞으로는 유무죄를 분명하게 가려 혐의가 불분명한 사건에 대해 무죄를 판결하면 했지 ‘벌금 80만원’식의 판결은 가능한 피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정치권의 불안과 국민의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