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세대에게 ‘테크노 뽕짝’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바람 이박사'(본명 이용석)의 새앨범 '스페이스 판타지'(Space Fantasy)가 출시됐다. 이번 음반은 시작부터가 흥겹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호리호리한 신바람 이박사 라고 합니다"라는 인사말과 동시에 뽕작 리듬과 "오르르르 히이~""아앗싸!" "좋아 좋아 좋아∼호리이이”등의 추임새가 쏟아진다.
타이틀곡 '스페이스 환타지'는 편곡을 달리한 '섹시' '프리티' 등 2가지 버전이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고산 타령' '새타령' '강원도 아리랑' '반딧불' 등 민요들이 이박사 풍으로 변형돼 쉴틈 없이 이어진다. 이박사와 인디 밴드 가재발이 공동 작업한 이번 음반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다양한 추임새 그리고 뽕짝 테크노가 결합되면서 톡톡튀는 사운드로 가득하다.
이박사는 지난 90년대 초 고속버스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뽕짝 메들리 출신 가수로 국내에서는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언더 그라운더 출신. 하지만 그의 음악은 외국에서 빛을 발했다. 96년 일본에서 발표한 '뽕짝 백과사전'(Encyclopedia of pon-chak) 앨범이 '독특한 테크노'라는 평가를 받으며 신인상을 수상한 것.
국내에 '테크노 바람'이 일면서 이박사의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의 노래 '청산유수'는 99년 영화 '거짓말'의 음악을 담당했던 달파란(본명 강기영)에 의해 샘플링 음악으로 소개됐고, 인디 레이블 가수 볼빨간은 '지루박 돌려요'라는 노래를 이박사에게 헌사하기도 했다.
그의 독특한 음악은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신세대의 관심을 끌었고, 홍대 부근의 클럽에서 이박사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그는 이제 '네티즌의 우상'이며 수백 명의 팬클럽을 갖고 있는 '마니아 스타'가 된 것이다.
반복적인 사운드와 비트로 구성되는 뽕짝, 강렬한 전자 음과 각양각색의 샘플링 사운드가 혼합된 테크노. 이들은 '단순한 리듬의 반복을 통한 몽환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뽕짝이 '일본의 엔카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신바람 이박사의 음악에는 우리의 국악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스페이스 판타지'는 가벼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음반이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 Space Fanta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