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서울에도 별이 많았다. 구름 없는 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새카만 하늘에서 조용히 빛나는 별들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지만 가질 수는 없었다. 우주는 그렇게 신비로웠다.
우주가 누구에게나 신비로운 공간이니 우주를 다룬 게임이 없을 리가 없다. ‘스타워즈’의 영향인지 많은 게임들이 우주를 무대로 전쟁을 벌인다. 아예 ‘스타 워즈’란 간판을 내걸고 나온 게임도 꽤 많고 고전으로 꼽히는 ‘윙 커맨더’ 시리즈도 그렇다. 그런데 이 게임들은 우주를 ‘무대’로 할 뿐이다.
고요하고 경건한 우주는 전투기들이 정신없이 총을 쏘아대는 번잡한 곳으로 바뀌었다.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굳이 우주에서 할 필요는 없다. 우주는 기껏해야 전투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일 뿐이고 그것마저 제대로 못 하는 게임도 많다.
하지만 우주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도 있다. 70년대 말 등장한 ‘리치 포 더 스타’에서 시작해 고전 명작인 ‘마스터 오브 오리온’ 등이 이런 게임의 범주에 들어간다.
최근 출시된 ‘임페리엄 갤럭티카 2’도 마찬가지다. ‘임페리얼 갤럭티카 2’의 게임 시스템은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기본 패턴인 4X(explore, expand, exploit, exterminate : 탐색, 확장, 개발, 제거)에 충실한 게임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특별하게 하는 건 음악이다.
우주에는 음악이 없다. 우주는 세상에서 제일 고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별들로 가득찬 하늘을 보다 보면 음악이 들린다. ‘임페리엄 갤럭티카 2’의 음악은 맑고 고요하고 웅장하다. 새로운 식민 혹성을 건설하고 다른 종족을 멸망시키느라고 아무리 바빠도 음악은 계속 흘러나온다. 새 별을 찾아가려면 우주선이 굉장히 천천히 움직인다. 그때 들리는 음악은 고독하다. 넓은 우주 한 가운데 놓여진 여행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적의 공격으로 우리 별이 초토화되었을 때의 음악은 아련하게 슬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넘어 ‘임페리얼 갤럭티카 2’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건 고요함이다. 티끌 같은 인간들이야 무슨 짓을 하든 우주는 의연하게 자기 자리를 지킨다.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의 깊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요함에 기대어 나도 평화로움을 누린다. 그러다 보면 게임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일도 생긴다. 이기기 위해 벌이는 싸움과 경쟁이 귀찮게 느껴진다. 역시 우주의 소리를 듣는 건 ‘4X’가 아니라 신비와 고독으로의 여행과 어울린다.
박상우(게임평론가)SUGULMAN@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