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환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극동방송 사장)는 역대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말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시정의 여론을 전달하기로 했다. 김목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김장환 목사이야기―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에서 대통령들과 얽힌 일화를 소상히 밝혔다.
◆박정희 전대통령
박대통령은 한때 내가 미국의 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의심을 갖고 내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말년에는 나를 신뢰했다. 79년 박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주장한 지미 카터 대통령과 서먹서먹한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카터의 리무진에 카터 대통령 내외와 딸 에이미, 그리고 나만 동승한 적이 있다. 나는 인권탄압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이 거론되고 있어 “박대통령은 애국자이며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치켜올리고 “박대통령을 전도해달라”고 카터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카터 대통령이 돌아간 직후 차지철 경호실장이 “박대통령이 답례를 하고 싶어 하신다”는 말을 전했다. 차실장은 가끔 가난한 교회를 도와주라며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줬는데 그 돈으로 시골 교회 십자가도 달아주고 풍금도 사줬다.
◆전두환 전대통령
박대통령시절 경호실 차장보였던 전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광주민주화운동때는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대통령의 당부로 사복을 입은 군목 2명과 함께 광주지역 목회자들로부터 광주의 진상을 듣고 가감없이 그에게 알렸다. 전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수원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으나 거절했다.
전대통령이 퇴임후 백담사에 갇혀있을 때 외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그 분을 찾아갔다. 당시 이순자여사는 노태우대통령의 측근이 한사람도 백담사를 방문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백담사에 다녀와 노대통령을 만나 이런 얘기를 전했더니 그 다음날 김윤환의원이 백담사로 찾아갔다.
◆노태우 전대통령
북방정책에 관심이 많던 노대통령은 중국 교민의 90%이상이 남쪽으로 마음이 기운데에는 극동방송의 역할이 크다는 보고를 받고 내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노대통령이 구속된 후 교도소를 13번 방문했다. 노대통령은 수감됐을 때 신구약 성경을 통독한 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안 지었더라면 인류가 어떻게 됐을까’‘죽으면 다시 살아나는가’ 등에 대해 물었다.
노대통령의 자제인 재헌씨와 소영씨는 학생시절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내 집도 방문했다. 어느해 추수감사절날 소영씨가 집에 온 적이 있는데 마침 SK 최종현회장의 동생인 최종관씨 내외가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소영씨는 지금의 남편 최태원씨를 알기 전인데 최종관씨는 소영씨가 스스럼없이 음식도 나르고 설거지도 하는 것을 보고 칭찬했다.
◆김영삼 전대통령
김대통령은 장로였기 때문에 어느 대통령보다 친밀했다. 무슨 결정을 할 때는 꼭 상의하는 전화를 해왔고 전화로 기도를 해드렸다.
현철씨를 구속하라는 여론이 분분할 때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와 함께 김대통령을 찾아가 이런 얘기를 했다. “옛날 어느 왕국에 밀농사가 풍년이 들었는데 한 무리의 탕아가 말을 타고 와 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나라 왕은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의 눈알을 빼놓겠다고 약속했다. 얼마후 다시 그런 일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알고 보니 왕의 아들이었다. 왕은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오른쪽 눈과 아들의 왼쪽 눈을 뽑았다.” 김대통령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얼마후 현철씨가 구속됐다.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