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과 이휘재가 26일 방송되는 '멋진 만남'을 끝으로 1년반만에 공식적인 'Say goodbye(이건 이휘재의 실패한 2집 타이틀곡이다. 1년이 넘도록 남희석은 이 노래를 가지고 이휘재를 놀렸다.)'를 했다.
현재 출연중인 시트콤 '멋진 친구들'을 제외하면 이제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순발력 있게 개그를 주고받는 모습은 보기 힘들것같다.
물론 태생부터 콤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한창 물이 오른 두 사람의 콤비플레이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남자들 두 사람이 뭉치는 경우는 대부분 유쾌하다.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태양은 없다'의 정우성과 이정재. 오성과 한음. 돈키호테와 산쵸. 그리고 서수남과 하청일. 컨츄리꼬꼬까지...
여자들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남자 둘이 의기투합하는 행위를 뜻하는 동사로 '뭉치다' 만큼 근사한 어감의 단어도 없다. 무소불위의 젊음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좌충우돌하기 일쑤인 '수컷' 특유의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끼리 뭉치는 경우는 크게 두 부류로 볼 수 있다. 우정을 빙자한 경쟁이거나, 경쟁을 빙자한 우정이거나.. 남희석과 이휘재의 경우는 어땠을까?
이전까지 거의 한 번도 머리 속에 그려보지 못한 두 사람의 투샷(Two shot)을 먼저 제안한 건 남희석 쪽이었다. 자신에게는 조금 결여된듯한 이휘재만의 신사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탐이 났고 마침 이휘재가 무슨 속셈(?)에서인지 흔쾌히 응낙을 했고, 그렇게 두 사내가 뭉쳐 자주 술도 마시고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러나 정상급 개그맨 두 사람의 빅딜도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개그란 것이 워낙 박빙의 순발력으로 승부를 내야하는 장르인데다가 근본적으로 투맨쇼란 '두사람의 대결'로 비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서의 '못말리는 데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코너를 대하는 두 사람의 진지함은 정말 대단해서 단순히 방송용 신경전을 넘는 수준의 직업적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녀의 '최후의 선택'의 이면엔 남자로서의 자존심, 개그맨으로서의 자존심, 더 나아가선 대중적 인기를 재는 바로미터로서의 상징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런 비정한 자극은 아주 훌륭한 시너지효과를 프로그램에 불어넣어 주었다. 사적으로 두 사람이 잘맞는 취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도 말이다. 오히려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술자리의 종류, 만나는 친구들, 여가를 보내는 방법까지, 두 사람의 정반대 취향이 두 사람 사이에 큰 불화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대신 무대 위에선 그 정반대의 일상이 서로에게 좋은 개그 소재가 되었던 것 같다. 성격이 쫀쫀하다든가, 한 여자에 만족 못한다는 식으로 서로를 귀엽게 깎아내리는 것이 두 사람 개그의 기본구도였으니까.
사실 두 사람에게 재벌이니, 바람둥이니하는 칭호를 붙여준 건 스태프들이다. 무언가 지속적인 개그 소재가 필요했던 당사자들도 큰 무리 없이 이 별명들을 받아들였고, 결국 많은 시청자들이 이들을 진짜 재벌이나, 바람둥이로 오해할만큼 둘은 서로를 너무 잘 파악했고, 공격했고, 의지하면서 1년반을 보낸 것 같다. 그것이 우정을 빙자한 경쟁이었든, 경쟁을 가장한 우정이었든, 우리에게는 참 유쾌하고 즐거운 구경거리였다. 이제 각자의 길을 가는 두사람에게 지난 1년반은 음으로 양으로 아주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일중(방송작가) yellowtv@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