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수교 교섭 대표로 참석한 북한의 정태화(鄭泰和·69)대사가 24일 저녁 일본 지바(千葉)현 기사라즈(木更津)시에서 회담을 끝낸 뒤 일본 취재진을 상대로 한바탕 연설을 했다.
회담 내용에 대한 설명에 이어 그는 과거청산과 약탈 문화재반환, 재일조선인의 지위개선 문제 등에 관해 한껏 목청을 높였다.
정대사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기차를 타고 갈 때는 침목 하나 하나가 조선인의 시체라고 생각해 달라”고 일갈했다. 일본 기자들을 ‘당신네들’이라고 호칭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수교에 앞서 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의 담화 수준으로 사과하려는데 대해 “조선 인민은 아시아 중에서도 가장 장기적이며 가혹한 학살과 굴욕과 멸시를 당했기 때문에 그 담화로는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보상문제를 설명하며 “집을 지을 때도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기초가 흐물흐물하면 집에 깔려 죽을 수 있다”며 확실한 보상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일본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조선 문화재는 모두 정당하게 들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주인보다 일본이 더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본에 있는 조선문화재 중 정당하게 들여온 것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주최하는 만찬회 시간이 두 시간이나 늦어졌다며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이때 한 일본인 기자가 전후보상문제에 대해 묻자 그는 돌아선 채 “우리 민족이 분단된 것도 일본의 책임이므로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군출신으로 주중 대사관 무관을 거쳐 외무성 차관을 지냈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