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게으름을 훌훌 털고 집을 떠나보자.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통일열기로 새롭게 다가오는 자유로와 통일로가 지척에 있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운 가족나들이가 될 듯.
◇동물원 옆 음식점
한강을 끼고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일산신도시 진입로들을 지나 ‘자유로 마지막 주유소’라는 SK주유소가 나온다.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면 한의사출신 김종원씨(40)가 운영하는 ‘백운촌’이 보이고 여기서 5분 거리에 미니동물원이 있다. 그러나 논두렁 사이에 있어 비가 많이 오는 날 찾기엔 적합하지 않다.
텃세가 심한 토종닭 부부를 비롯해 긴꼬리닭, 코뿔소닭, 칠면조, 거위, 인도네시아산 꿩이 반긴다. 필리핀 원숭이와 월남 미니돼지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랑말을 타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처음 동물원 현장학습에 다녀온 유치원생 딸애가 졸라서 왔다는 김은영씨(36·경기 고양시 일산구)는 “시아버지도 국물이 맛있다고 좋아하셔서 가족 전체가 단골이 됐다”고 말한다.
백운촌은 각종 한약재를 넣어 끓인 닭요리가 전문. 건강에 좋다는 오골계를 오랫동안 고아 만든 오골계보약탕이 6만∼8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 그러나 고기가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찹쌀녹두죽과 함께 3, 4인 가족이 먹기에 좋다. 한방에서는 닭이 ‘더운 음식’이기에 ‘찬 음식’인 녹두죽을 함께 내놓는 것. 보약닭은 3만5000∼4만원, 닭볶음탕은 2만5000∼3만5000원, 닭미더덕찜은 2만5000∼3만5000원.
◇전망대와 양식당
아이가 한약재 냄새를 싫어하거나 가족들이 산뜻한 양식을 먹고 싶어한다면 동물원만 구경하고 자유로를 더 달려 통일동산으로 향한다. 한강과 함께 서해로 접어드는 임진강을 만나는 곳, 가파른 산비탈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다.
멀리 북한의 개성직할시 판문군 관산반도 일대와 김포반도의 애기봉이 보인다. 실향민들과 현장학습을 나온 가족들 틈에 끼어 북녘땅을 바라다보노라면 정말 배가 고파진다.
이때 찾아갈 만한 곳이 통일동산 옆 프로방스 등 분위기 좋은 양식집 서너 곳. 지중해 프로방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프로방스는 일산신도시와 서울지역 주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예쁜 소품들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는 가게가 함께 있기 때문.
◇도자기 굽는 학교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도자기나라’는 진천초등학교 분교건물을 개조해 만든 도자기체험장.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많이 돌아가게 되므로 구파발에서 통일로를 타고 가다가 파주역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는 것이 좋다.
손에 잔뜩 흙을 묻힌 이한슬(12·은현초등학교 6학년)은 “너무 재미있고 손에 잡히는 도자기 촉감이 신비롭다”며 물레 앞을 떠나지 못한다. ‘1일 체험’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1만원. 물레작업과 수작업을 통해 2개의 작품을 만드는데 가마에 구워져 완성된 작품을 한달 뒤에 찾아간다. ‘1박2일 캠프’는 도자기만들기와 식사 3끼에 3만원. 밤에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도 한다.
일곱살, 네살된 남매와 함께 온 한경순씨(33·경기 의정부시 녹양동)는 “목가적 분위기도 만끽하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 치즈돈가스(5000원)는 두툼한 순살코기 두 겹 사이에 치즈가 들어가 있는데 고소한 맛이 아이들 입맛에 맞는다.
유치원생을 위한 어린이 돈가스는 3000원. 미트스파게티(4500원) 비프하이라이스(4000원)는 모두 등심을 사용해 전문레스토랑의 맛에 못지않다. 여름에만 내놓는 물냉면(4000원), 운동장 한편 정자에서 먹을 수 있는 삼겹살(1인분 6000원)도 있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