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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예언자' 지브란의 인간과 삶 조명

입력 | 2000-08-25 18:54:00


‘신의 빛으로 세상을 본 예언자’ ‘아름다운 영혼의 순례자’

시인이며 철학자이고 화가였던 칼릴 지브란(1883∼1931)에겐 최고의 헌사가 붙여졌다. 대표작 ‘예언자’의 주인공 알무스타파처럼 그는 전설이었다. 지브란이 신화화됐던 만큼 그의 작품과 생애를 종합적으로 바라본 저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브란 권위자들이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이 책은 ‘인간’ 지브란에 천착한 최초의 평전이란 점에 의미가 깊다.

책은 ‘예언자의 땅’ 레바논에서 보낸 유년시절, 미국 보스턴 빈민가의 이민생활, 파리에서의 그림 수업, 뉴욕에서 만개한 문학적 열정 등 시기별로 겪은 정신적 순례의 과정을 소상히 되짚고 있다.

전기적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의 인생을 초기작 ‘반항하는 영혼’부터 마지막 작품 ‘방랑자’에게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품과 결합시켜 풀이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예언자’의 탄생부에서는 “16세때 초고를 썼지만 35세때 발표하라는 어머니의 조언으로 20년이나 다듬었다”는 내용의 고백이 실렸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부터 받은 충격, 파리 유학시절 만난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로 받은 심대한 영향도 엿볼 수 있다.

또 ‘아름다운 청년’을 사랑했던 몇 명의 여인의 일화도 눈에 띤다. 그중 미국의 한 여학교 교장인 메리 하스켈과의 사랑은 아름다운 지적 동반자의 관계의 모범으로 그려지고 있다. 저자는 그녀를 ‘한 아랍인 이민자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후원자’로 평가하고 있다. 이창희 옮김. 423쪽 1300원.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