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산업에 세계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던 올초까지만 해도 ‘신경제’, ‘디지털’, ‘정보통신’으로 시작하는 자료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세계의 어지간한 예측기관이나 분석가 치고 분야에 관계 없이 정보통신을 화두로 삼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정보통신에 대한 경외심으로 글을 마쳤다. 패션도 그렇지만 연구 자료도 유행이 있는 모양이었다.
결론은 모두가 똑같았다. 정보통신은 대세이고, 정보통신에 투자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앞으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그러나 누구도 정보통신기술이 한국 사회를 과연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디지털 충격과 한국경제의 선택’은 이런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특히 책 후반을 흐르고 있는 디지털 기술 발전이 우리나라 경제 변수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은 어떤 연구기관도 시도해 보지 않은 신선한 부분이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매개체인 인터넷이 거래비용을 줄여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라든가, 정보통신 투자를 위한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결론은 색다를 것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소비가 늘고, 얼마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미국 경제의 변화 속도에 바탕을 두면서 접근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이 미국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하고, 이런 영향 정도를 우리나라 경제 변수에 가감하는 형태로.
인류는 두 번의 혁명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인간이 처음으로 도구를 사용해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농업 혁명이었고, 두 번째는 기계 동력을 사용하면서 생산력을 늘린 산업혁명이었다.
이제 인류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세 번째 혁명 과정을 겪고 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생산 혁명이라면, 디지털 혁명은 정보를 유통시키기 위한 혁명이다. 정보 유통의 최종 목표가 유통 속도를 ‘생각의 속도’와 같아지도록 만드는 것인 이상, 세 번째 혁명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책도 100 번을 읽으면 그 뜻을 저절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과 ‘경제’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디지털 시대에 한국경제의 변화하는 모습만 제시해 준다면 100번을 읽는 수고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충격과 한국경제의 선택'/ 홍순영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