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교양 시리즈 ‘창해 ABC북’.
문고판보다는 좀 크지만 예쁘고 날렵해 서가에 꽂아 두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올해말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은 100권. 출판사는 100권을 넘어 계속 발간하겠다는 야심이다.
이번에 그 1차분 7권이 나온 것이다. 100권이 모두 나와 그것을 한데 모으면 마치 백과사전을 집에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낱권 하나하나는 그래서 ‘쪼개진’ 백과사전이 되는 셈.
여기에 이 시리즈의 의미가 있다. 디지털시대, 출판의 적극적인 대응의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는 극히 작은 형태로 쪼개진, 파트워크(Partwork)형 정보들이다. 정보를 극히 미세한 형태로 나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킨다. 창해 ABC북이 이런 책이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이 시리즈는 미술, 고고학과 문명, 문화유산, 역사, 종교, 문학, 과학, 생활의 지혜, 자연, 스포츠 등으로 분류해 다양한 세부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꾸며놓았다.
반 고흐나 밀레처럼 익숙한 것도 있지만 프랑스학교, 넥타이, 맥주, 사막, 고양이처럼 아는 듯하지만 잘 모르는 내용도 적지 않다.
큰 책에서 접할 수 없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작고 다양한 정보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아날로그 책의 한 생존방식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0권을 돌파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있다.
그리고 이 ABC시리즈는 프랑스 플라마리옹의 ABC시리즈를 번역 출판한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출판사의 창의적인 기획물은 아니다. 하지만 시공디스커버리 총서가 그렇듯 이 책의 반응도 좋다.
이제, 여기에 그치지 말고 우리 필자가 우리말로 쓴 우리의 쪼개진 백과사전 시리즈가 나와야 한다. 혹, 국내에 이만한 수준의 필자들이 별로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200권을 돌파한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필자 부족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설령 없다고 해도 필자를 찾고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또다른 빛깔로 이같은 시리즈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 나가야 한다.
출판인과 필자는 궁극적으로 공동 운명체다. 그들이 힘을 합할 때, 종이책은 디지털시대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