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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케이블방송-프로공급사 "네 잘못이야"

입력 | 2000-08-27 18:16:00


올해 6월초 첫 방송한 요리채널 ‘채널 F’를 비롯해 이미 개국했거나 개국할 예정인 10여개의 신규 PP(프로그램 공급사)를 둘러싸고 케이블 업계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신규 PP들은 방송을 해봐야 케이블 방송국(SO)들의 배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SO들은 가용채널의 한계로 PP를 선별 방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초 허가받은 신규 PP는 15개. 이중 게임채널 온게임넷은 개국했고 패션채널 룩, SBS축구채널, 증권채널 와우TV가 9월초 개국하며 코미디 정보통신채널 등 대부분은 11월까지는 개국할 예정이다. 다만 웨딩TV 등 3,4개 채널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문제는 전국의 77개 SO들이 전송선이나 컨버터 용량의 한계 때문에 신규 채널을 모두 송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SO의 최대 가용 채널은 한국통신 케이블망의 경우 60여개. 그러나 케이블 30개 채널을 비롯해 지상파와 국내 위성방송, 해외위성방송 등의 채널이 약 44개가 되는데다 기술 장애 주파수 대역을 피하려면 여유채널은 5∼6개에 불과하다. 신규 PP들은 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SO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규 PP들에게 시설 업그레이드나 영업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PP의 사장은 “SO와 PP는 케이블의 쌍두마차인데도 SO들이 잇속 챙기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SO측은 허가받은 채널을 모두 전송하라는 요구는 케이블의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SO의 사장은 “SO들의 횡포는 바로 잡아야 하지만 내년 PP등록제가 시행되면 기존 PP중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것들은 시청자 선호도에 따라 선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180여개의 PP가 있으나 SO들의 송출 채널은 평균 50여개다.

현재 신규 PP들은 사업권을 승인받을 때 5억여원씩 방송발전기금을 낸 만큼 방송위원회에 대책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준비중이다. 방송위원회는 이에대해 “SO들의 횡포 사례가 밝혀지는대로 시정 권고 등 조치를 내리겠지만 모든 채널의 의무 송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