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자락에 위치한 ‘남산 대림아파트’ 31평형에 사는 박영수씨(41)는 요즘 새벽마다 ‘맴 맴 매에…’하는 사이렌 소리에 새벽잠을 깬다.
“잠이 깰 때 매미가 원망스럽고 짜증도 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 브랜드 의류 재고품 판매전문업체 세이브자이언트의 공동대표인 박씨가 4년 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것은 강 남북 어디든지 막히지 않고 오갈 수 있는 교통여건 때문이었다.
“사업상 서울 곳곳을 다녀야 하는데 연희동에선 강남 갈 때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더군요. 사업을 같이하는 친구의 권유도 있었고….”
단독주택에서만 살던 박씨가 아파트로 옮기는 일을 그리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흙을 밟으면서 정원도 가꿨고 가까운 동네 야산에 오르내리는 재미가 컸거든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아파트에서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남산이 그대로 정원이더라고요. 현관문을 나서 단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분만 걸으면 우거진 숲길과 약수터가 즐비한 남산이 나와요. 공기가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봄에는 아카시아 냄새에 숨이 막히고 여름이면 새소리 벌레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예요. 가을에는 샛노란 은행과 단풍에 눈이 어지럽죠. 겨울에는 하얀 눈 얹고 있는 푸른 소나무가 지천으로 보여요.”
경력 10년차의 골퍼에게 없어선 안될 골프연습장도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전 6시쯤 나가 두 박스의 공을 친다는 박씨는 “남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라고 자신의 실력을 소개. 그러나 집 거실에 동호인 골프대회의 우승트로피를 모셔 놓을 정도로 준프로급 실력이라는 게 박씨를 아는 사람들의 전언.
이런 이유에다 용산 미8군기지가 가깝기 때문에 주한 외국인들에게도 이곳은 인기가 높다. 아파트 바로 옆에 사무실을 둔 ‘ERA한국부동산서비스’ 김준철사장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에도 거의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평당 1000만원대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아파트 20평형은 2억∼2억2000만원, 31평형은 3억∼3억4000만원, 48평형은 5억5000만∼5억6000만원, 53평형은 6억∼6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노른자위라 불리는 강남 송파구 등과 비교해 좋은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아파트 주변에 마땅한 쇼핑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에 가는 일도 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이 아파트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서울의 웬만한 외곽에 가더라도 이런 전원아파트 구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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