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한 건 발의해 처리하기까지 12억원, 국정감사에서 현안 하나를 지적하는 데 872만원, 예결위에서 정부예산안 1%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 66억원….
동아일보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吳然天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와 공동으로 국회의원들의 생산성을 평가한 보고서 ‘국회 생산성 높이기’(박영사)에는 한국정치의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다.
국회의 의정활동을 경제적 논리와 틀을 사용해 생산성 평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주대 임동욱(林東郁),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의원들에게 투입된 비용과 그 산출물을 대비하는 방법으로 13∼15대 국회의 활동실적을 평가했다.
의원들의 세비와 수당, 의원 보좌직원 인건비, 활동지원비 등 의원 한 명당 투자비용은 90년의 경우 연간 1억585만5660원에서 99년에는 2억1824만5500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국회 생산성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3대 ‘여소야대’국회와 외환위기 이후 ‘공동 여당’체제가 출범한 98년 이후의 15대 국회로 나타났다. 의원이 발의한 법안 1건이 가결되기까지 드는 비용은 13대 1억6476만원, 14대 3억7103만원, 15대 1억2165만원으로 YS정권시절인 14대 때가 가장 생산성이 낮았다.
함교수는 “거대 여당이었던 1990∼1997년까지는 국회의 예결산심사와 법률안심사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여당의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야당의 힘을 축소시킬 경우에는 생산적인 경쟁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해 국회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의정활동별로는 언론의 조명과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는 국정감사 활동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감사에서는 의원 지적사항 1건에 투입된 비용이 872만원(15대 국회)인 반면 예결위의 경우 정부 예산안을 1% 수정하기 위해 13대 국회 53억원, 14대 국회 126억원, 15대 국회 66억원 등의 천문학적인 세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