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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주장 안뽑으니 고참들 솔선수범

입력 | 2000-08-27 18:47:00


요즘 초등학교에 반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반장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부형의 ‘치맛바람’과 급우간의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1주일씩 돌아가며 반장을 맡는 것.

프로농구 신세기 빅스도 단체경기팀엔 의례적으로 있기 마련인 주장을 올해부터 뽑지 않기로 했다. 초등학교처럼 ‘치맛바람’이 무서워서는 아니다.

“선수들 모두 10년 넘게 운동을 해오면서 주장이 시키는 대로만 하다보니 잘 할 수 있는데도 매사에 적극성이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되더라고요.” 유재학감독이 말하는 주장제 폐지의 변.

주장을 선임하지 않은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1일부터 1주일간 설악산 일대에서 벌어진 체력훈련. 매일 설악동을 출발해 대청봉을 찍고 능선을 따라 오색약수로 내려오는 7, 8시간의 산악강행군이 계속됐지만 허기영 최호 전수훈 우지원 조성훈 등 고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솔선수범했다. 4년째 계속돼온 설악산 산악훈련에서 고참들이 이처럼 열심히 하기는 처음이라고 유감독은 말했다.

농구규정상 경기를 할 때는 주장이 꼭 있어야 한다. 심판이 양팀 주장을 통해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또 선수 중 주장만이 심판과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 신세기는 경기 중에는 스타팅멤버 중 고참선수에게 주장을 맡길 예정이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