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이 업자들로부터 이권과 관련된 청탁을 받고 행정부에 압력을 넣는 알선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일본에서 곧 제정된다.
자민 공명 보수 등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일본 여3당은 25일 국회의원이 지위를 이용해 청탁 및 알선행위를 하고 보수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알선 이득행위 처벌법안’을 마련해 다음달 하순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업자에게 돈을 받고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었더라도 직접 권한을 행사한 당사자는 공무원이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청탁을 한 국회의원을 입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 제정되는 법은 국회의원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단순 알선행위를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정치인 개인의 정책 입안능력보다는 유권자나 특정업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행정에 반영시키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정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족(族)의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이에 따라 알선행위를 통해 업자들로부터 확고한 지지기반과 정치자금을 확보해온 자민당의 경우 정경유착과 뇌물수수 등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89년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내각의 퇴진을 가져온 리쿠르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에는 나카오 에이이치(中尾榮一) 전 건설상 등 여당중진들이 건설업체로부터 2억여엔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말에는 구제 기미타카(久世公堯)참의원 의원이 특정은행과 건설업체로부터 수억엔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금융재생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한달도 안돼 물러났다.
새로 제정되는 알선이득죄법은 처벌대상을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공설비서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확대했다. 처벌대상이 되는 알선행위에는 입찰에 대한 간섭은 물론 공무원에 대한 각종 이권청탁 행위도 포함된다.
여3당은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직접 알선행위를 하면서도 문제가 될 경우 공설비서관(정부에서 급료를 지급하는 비서관)에게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설비서관을 포함시켰다. 또 지자체가 공공사업 등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나 지방의원을 포함시켰으며 일부 현(縣)에서 지사가 건설업체 부조리에 연루된 사례가 적발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사설 비서관(의원이 급료 지급)을 여러명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대상에 사설 비서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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