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중년 부부들이 매달 한 차례씩 모여 그림과 음악을 감상하거나 연극을 관람한 뒤 서로 얘기꽃을 피우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임이 있다. 열 쌍의 부부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모임의 이름도 ‘열렬회’.
25일 오후7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대일빌딩 15층 ‘심여화랑’. 이 곳에서 열리고 있는 베트남 화가들과 한국화가들의 공동 작품전을 감상하는 일에서 열렬회 8월 모임이 시작됐다. 유교와 한자문화의 영향으로 한국 화풍과 비슷한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을 이 화랑 성은경대표가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1시간여 동안 화랑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한 열 쌍의 부부들은 인근 한정식집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했다. 자녀문제에서부터 직장일까지 서로의 일상으로 얘기꽃을 피우는 자리였다. 이어 이들은 가까운 라이브카페를 찾아 젊은 세대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도 젊어진다.이 모임 총무 강학중씨(44·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는 “부부가 함께 하는 문화체험은 농익어 가는 술독처럼 서로의 애정을 더욱 깊고 애틋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97년말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 경영자과정 44기 중 허물없이 지내던 10명의 동문들이 ‘건전한 부부문화’를 가꾸자는 취지로 이 모임을 만들었다. 영림목재 대표 이경호씨, ㈜농심 부회장 신동원씨, SK해운 전무 조병찬씨 등 재계인사가 대부분.
처음에는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집들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문화예술공연과 함께 다도강좌, 서해안 기행, 등산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강총무는 “남자들끼리의 모임은 단순히 음주문화에 젖은 친목모임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 모임은 그 자체로 건전하다”며 “올 하반기 기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회원들이 봉사활동도 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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