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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정통부 '인터넷 등급제' 논란

입력 | 2000-08-27 19:16:00


이른바 ‘사이버 검열’ 여부를 놓고 정부와 네티즌들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정보통신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통신망 이용촉진법)’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보통신부 홈페이지가 네티즌들에게 해킹 공격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해킹 당한 정통부 홈페이지〓26일 오전 9시반부터 정통부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을 받기 시작, 정오경 완전히 다운돼 약 10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해킹은 ‘분산 서비스거부 공격(DDoS·Distribute Denial of Service)’에 의한 것으로 2월초 미국의 야후 아마존닷컴 CNN 등의 서비스를 중단시켰던 것과 같은 수법. 정통부는 이날 을지훈련 마지막날을 맞아 ‘사이버테러 방지 모의훈련’까지 실시했지만 망신만 당한 셈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가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해커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해킹 혹은 네티즌들에 의한 ‘가상 연좌시위(RELOAD버튼을 계속 눌러 사이트를 다운시키는 방법)’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 역시 법 개정에 불만을 품은 네티즌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이버 검열 논란〓통신망 이용촉진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의무 강화, 인터넷 내용 등급제 도입, 개인정보유출 가중처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이 법에 대해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http://freeonline.or.kr) 등의 홈페이지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과 정통부 사이트 공격법에 대한 게시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진보네트워크는 28일 정오 정통부 홈페이지에서 ‘검열반대’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인 온라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또 한번 해킹당할 가능성도 있다.

▽초점은 인터넷 내용 등급제〓개정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정보침해에 의한 분쟁 조정’ 규정.

개정안은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해 정보제공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내용등급을 표시한 뒤 유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YMCA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인터넷 내용물에 등급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 국가보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27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반대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통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국가기관이 온라인상의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자유의 꽃인 인터넷에서 검열이 웬말이냐”는 의견을 올렸다.

시민단체들도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을 정통부장관이 위촉하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은 정통부가 통신망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평행선 달리는 양측〓정통부 관계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에 일부 네티즌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등급표시제의 경우 과거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으로 포괄적으로 규제하던 것을 불법정보와 청소년유해정보 등으로 구체화해 오히려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등급표시는 자율 사항이며 제3자가 등급을 부여하는 검열이 아니라는 것이 정통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정통부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사이버 검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