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도 감각이다.’
특히 외야에선 “딱”하는 타구음이 들리는 순간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공이 날아올지를 판단하고 미리 수비위치를 잡아야 한다. 과거엔 이순철(전 해태)이 그랬고 현역 중엔 두산의 정수근이 이 수비위치선정을 기가 막히게 하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27일 잠실 현대전에서 LG의 우익수는 양준혁. 그는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대부분을 지명타자로만 뛰어 수비감각이 떨어지는 야수.
하지만 LG는 지명타자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그를 우익수로 돌렸다. 이날 경기는 올시즌 양준혁이 외야수로 출전한 9번째 경기. 타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2―2로 맞선 현대의 7회초 공격. 1사 2, 3루에서 2번 이명수가 친 공은 우익수쪽으로 깊숙하게 뜬 공이었다. 타구 판단이 서툴렀던 양준혁은 짧게 뜬 공인 줄 알고 앞으로 전진. 하지만 타구는 의외로 뻗어나갔고 양준혁은 뒤로 돌아서 뛰었지만 이미 공은 펜스를 향해 떼굴떼굴 굴렀다.
이명수의 2타점짜리 결승 3루타. 타구판단이 정확했더라면 희생플라이 1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 LG로선 아쉬웠다. 결국 1―2로 뒤진 7회 4안타로 3득점, 기세를 올린 현대는 LG를 4―2로 누르고 76승째(2무34패)를 거둬 팀시즌 최다승(81)에 ‘―5’로 다가섰다.
14승 투수인 임선동(현대)과 해리거(LG)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서 임선동은 선발 7과 3분의1이닝 동안 5안타 2실점, 15승째를 따내며 김수경(16승)에 이어 다승 단독 2위에 뛰어올랐다. 6월25일 광주 해태전부터 9연승 행진.
한편 삼성―한화(대구)의 연속경기와 해태―두산전(광주)은 비로 취소돼 28일 열린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