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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양당 노동절 여론조사 촉각

입력 | 2000-08-28 18:37:00


미국의 공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대통령 후보간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는 노동절(9월4일) 직후의 여론조사를 앞두고 결정적 승기를 잡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노동절 여론조사는 여름 휴가철에 정치를 외면했다가 일상에 복귀한 유권자들이 비로소 대선에 관심을 갖고 후보들의 면모와 정책을 따져 지지 후보를 밝히는 시점이어서 극히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근래에 실시된 대선의 경우만 해도 로널드 레이건(84년), 조지 부시(88년), 빌 클린턴 대통령(92, 96년)이 모두 노동절 직후 여론조사의 우위를 지켜 결국 그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현재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전례 없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노동절 여론조사는 11월7일 실시되는 대선을 앞둔 표심(票心)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분명한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역대선거서 승패 가늠자 역할▼

특히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에게 계속 뒤져오던 고어 후보가 최근 로스앤젤레스 전당대회(14∼17일) 이후 부시 후보를 처음으로 앞지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노동절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고어 후보 자신이 놀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민주당은 “모든 게 제대로 잘 풀리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제 교육 환경 분야에 대한 공약이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만큼 이제는 여론조사의 우위를 굳혀나가는 일만 남았다는 것.

▼고어-부시 오차범위내서 접전▼

반면 공화당은 “전당대회 직후 후보의 상승세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오래가지 않는다”며 곧 부시 후보가 재역전극을 펼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공화당은 특히 부시 후보가 남부와 중서부 지역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선거인단 확보 면에서 고어 후보를 여유있게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여론조사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화당이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다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갑자기 뒤진 것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공화당이 24일 고어 후보가 클린턴 대통령의 거짓말을 두둔한 것을 꼬집는 TV 광고를 방영하려다 부시 후보의 지시로 이를 취소했으나 계속 민주당을 겨냥한 공세적 광고를 기획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위기의식을 반증하는 사례라는 것.

양당은 27일에도 미국의 군사력 감축문제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공화당의 딕 체니 부통령 후보는 NBC 방송에 출연, “클린턴 행정부의 군사력 감축으로 전투태세에 차질이 빚어지고 사기가 떨어지는 등 미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군사력 감축은 체니 후보가 국방부장관으로 있던 조지 부시 전대통령 시절 시작된 것”이라며 “군사력 감축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역사상 최강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반격했다.

▼군사력 감축싸고 뜨거운 설전▼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접전이 너무 치열해 노동절 여론조사에서도 우열이 가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그럴 경우엔 결국 10월 TV토론이 대세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론에 능한 고어 후보는 TV 토론에 적극적이나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부시 후보는 고어와의 맞대결보다는 군소 후보까지 참가하는 TV토론을 선호하고 있어 토론방식이 아직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