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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주말 개봉 'U-571'…장대한 스케일로 승부

입력 | 2000-08-28 18:47:00


잠수함 영화들에는 엇비슷한 공식이 있다. 머리 위에 있는 적군의 공격이 시시각각 좁혀오고, 가라앉는 잠수함 안에선 수압 때문에 볼트와 파이프가 터져 나가기 시작하며, 밀폐공간에 갇힌 승무원들은 심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얼개가 비슷해도 ‘특전 U보트’ ‘크림슨 타이드’ ‘붉은 10월’이 개성 있는 캐릭터 또는 심리적 강박에 대한 빼어난 묘사로 성공한 잠수함 영화들이라면, 9월2일 개봉될 ‘U―571’은 액션 묘사에 가장 중점을 둔 잠수함 영화다.

1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U―571’의 특수효과는 실제처럼 정교하고, 독일 군함이 폭파되는 마지막 장면은 실제 군함을 폭파해가며 촬영했을 만큼 액션의 스케일이 크다. 그러나 캐릭터 묘사와 갈등 전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 ‘특전 U보트’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듯. 재미있는 오락영화지만, 보고 난 뒤에도 잔상이 오래 남는 종류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2차 세계대전의 와중, 독일 잠수함 유보트의 맹공으로 위기에 처한 연합군은 독일 유보트 중 한 척인 U―571이 파손된 채 표류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유보트의 무선암호 해독기를 빼앗기 위해 연합군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낡은 미국 잠수함을 독일 보급함대로 위장한 뒤 U―571에 침투하는 특별 작전을 편다. 타일러 대위(매튜 매커너히)를 비롯한 대원들은 U―571 잠입에 성공하지만 빠져나오기 전, 연합군의 작전을 눈치챈 독일군함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스케일 큰 액션을 선보이는 잠수함 영화 'U-571'

승선 전, 타일러 대위가 잠수함 지휘 자격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초반부부터 액션을 제외한 이 영화의 요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함장은 타일러에게 “네가 지휘 자격이 없는 이유는 부하들을 사지에 몰아넣기엔 너무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충직한 기관장 클루(하비 키텔)는 “지휘자는 전지전능한 두려움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컨대 이 영화에서는 솔직하고 부드러운 타일러가 남성성에의 도전을 겪어가며 냉혹한 지휘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타일러에게 전적으로 집중된 영화인데도 매튜 매커너히의 카리스마가 약한 탓에 극적 감정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하비 키텔처럼 탁월한 배우를 캐스팅해 놓고도 조연 캐릭터 묘사를 등한시한 것도 흠. 록스타 존 본 조비가 타일러의 동료 피트 대위 역을 맡아 꽤 호연한다. 감독은 ‘브레이크 다운’으로 데뷔한 조너선 모스토. 실제 역사에서 유보트 암호해독기를 탈취한 군인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어서 영국 개봉 때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