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했다.”
“아니다. 사운드만 달라졌을 뿐 컨셉은 그대로다.”
록밴드 ‘레이니선’의 2집 ‘유감’을 둘러싸고 마니아들이 벌이는 논쟁이다. 98년 첫음반 ‘포르노 바이러스’에 비해 ‘유감’의 사운드나 비판적 가사가 부드러워진 게 그 이유. 그러나 보컬 장차식은 “1집과 2집은 가는 방향이 180도 다른 양극단”이라고 말하면서도 ‘변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유감’은 몽환적인 록발라드다. ‘레이니선’에게는 의외의 사운드다. 그러나 보컬의 괴기스럽고 냉소적인 창법, 베이스 드럼의 비장한 연주, 알 듯 말듯한 은유 가사는 ‘레이니선’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2집은 또 새로운 시도가 있다. 러시아어로 노래한 ‘빨로비나(절반)’라는 곡이 그것. 정차식이 쓴 가사를 토대로 류효봉(월간지 ‘비트’ 편집장)씨가 번역했다. 이 노래는 매니저가 가수를 착취하는 러시아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레이니선’은 “러시아어로 부른 이유도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영어로 부른 노래도 네곡이다. ‘콩글리시’같은 구석도 있지만 이들은 “미국 음악인 록을 언어보다는 사운드 자체로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레이니선’의 팬은 전문직이 많다. 가요계 주류와 180도 달리, 이들은 어둠의 진실에 접근해 세상의 질감을 풍부하게 드러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성모독, 동성애 등을 담은 1집은 1만장을 넘지 못했다.
이번도 대중적 지지는 미지수다. 2집의 사운드를 포크나 재즈를 비롯해 라틴풍 등 다양하게 꾸민 것도 ‘대중에게로’ 접근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출신인 ‘레이니선’은 앞으로 MBC ‘수요예술무대’ 등 ‘오버 공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