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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핼로란 칼럼]美 무력사용 포기한 적 없다

입력 | 2000-08-29 18:56:00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에서 미국은 더 이상 국익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릴 용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이런 오해는 잠재적 적국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오판은 전쟁의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일부 중국인들은 미국이 큰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국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의 장성들은 미국이 핵무기로 무장한 중국과의 전쟁을 치를 용의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일부 중국학자들은 미국이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대만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미국 전략가들의 언급을 예로 든다. 예를 들어 버나드 트레이너 예비역 미 해병대 중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미군은 희생을 피해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중국의 오판은 결국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는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한국은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의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군을 총지휘하고 있는 데니스 블레어 사령관은 미국은 필요할 경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한 연설에서 “미국은 대만의 미래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위협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사령관은 한반도와 관련,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어떤 불미스러운 행동을 저지를 경우 이는 북한 정권의 마지막 행동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 공화당과 민주당도 미국의 대만 수호를 약속하는 정강정책을 채택해 발표했다.

미국이 전쟁 의지를 상실했다는 인식은 무엇보다도 베트남전 패전에 기인한 바 크다. 그 이후 레바논과 소말리아에 대한 개입이 실패했으며 보스니아―코소보에 대해서도 전면전을 피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의 20세기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미국은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 지체 없이 전쟁을 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차 세계대전때 독일은 미국이 유럽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전쟁에 나서서 유럽의 동맹국들을 위해 싸웠다.

오판에 의한 무력도발의 대표적인 예로는 1941년 12월7일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을 들 수 있다. 아직도 진주만 앞 바다에 침몰된 채 남아 있는 전함 애리조나호는 미국의 커다란 패배를 상징한다. 그러나 1945년 9월2일 일본이 선상에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전함 미주리호가 진주만 인근 200m 해역에 정박해 있어 미국의 승전을 되새겨주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이 구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고 1950년 6월 25일 남침을 감행했던 것도 또 다른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반에는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미군을 당혹케 했지만 미국은 곧 전열을 재정비해 한국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사담 후세인은 10년 전 쿠웨이트 침공시 미국이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미국은 동맹국들과 50만 대군을 일으켜 불과 100시간만에 이라크 군대를 궤멸시켰다.

이 모든 예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미국은 분명한 목표가 없는 전쟁을 벌여 소중한 피와 재산을 날릴 용의는 없지만 분명한 국익 보호를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무력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은 누구도 오판에 의한 무력 도발을 시도하지 않도록 전략적 목표를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나 일본의 진주만 습격, 한국전쟁때 독일 일본 북한의 오판은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보인 미국에게도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딘 애치슨 전 미 국무장관은 주요 연설 때마다 한국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북한의 무력 도발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동맹국이나 적국 모두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분명한 전략적 목표를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