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태도가 사뭇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친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도 입양을 하는 사례가 미미하나마 전보다 늘고 있다. 입양 부모들도 자신의 자녀가 입양 자녀임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자녀들을 위해, 또 입양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입양가족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입양인들도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의 요구와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50년 가까운 우리나라 입양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이 새로운 가정과 부모를 찾아 보다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입양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입양의 각 주체들이 스스로 나선다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외국으로 입양보내는 일을 부끄럽다고 여긴다. 그러나 정작 부끄러운 것은 외국으로 보낸다는 사실이 아니라 가정이 필요한 그 아이들을 입양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그리고 더 부끄러운 일은 그 아이들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입양가족이나 입양인에 대해 자신보다 뭔가 부족하거나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언론조차도 너무 쉽게 ‘고아수출’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떤 입양인이 이에 대해 “우리가 무슨 상품이냐, 우리도 인격과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다”라고 항변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입양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모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입양인이라고 말하면 불쌍하다고 하는 한국사람들의 반응이다.
자신은 부모의 지극한 사랑 속에 성장했고 충분한 교육도 받았으며 좋은 직장도 있는데, 도대체 왜 자신이 불쌍한지 까닭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동정적인 표현이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말한다. 정말 불쌍하게 여겨야 할 대상은 부모와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국인 부모에게 맡기면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대해 몹시 의아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반응도 물론 입양과 입양인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부모는 엄연히 자기 자녀라고 인정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이 그 자녀를 자연스럽게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입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양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녀가 되는 자연스러운 길임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와 실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입양을 할 수는 없지만 입양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또 한가지, 입양을 하려고 입양기관을 찾기만 하면 바로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가끔 있다.
입양을 하려면 일단 입양 신청을 한 후에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내가 불쌍한 애 하나 데려다 키우겠다는데 뭐가 그리 복잡하고 까다로우냐’고 말한다.
입양대상 아동은 친부모가 양육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입양기관에 양육해줄 부모와 가정을 선정해달라고 의뢰한 아동이다. 아이는 아직 정확하게 자신의 권리를 표현하거나 선택할 수 없으므로 사회복지사가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과정을 통해 입양신청자가 부모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고, 또 다른 한편으론 신청자로 하여금 입양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바로 상담이다. 자녀를 출산하는 데도 열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입양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입양의 활성화란 단순히 수치가 늘어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활성화란 입양이 질적으로 발전해 입양의 세 주체인 입양인과 입양부모, 출산한 부모 모두 이전보다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입양인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고, 입양부모도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우리 땅에도 아름다운 입양문화가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소중한 생명을 자녀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리고 입양 후부모와 자녀 모두 이전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조금 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현주(홀트아동복지회 홍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