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발레를 보셨나요.
국립발레단이 9월1일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린다.
두 연인의 사랑과 비극적 운명 등 드라마틱한 스토리.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 작품은 발레 안무자에게 ‘달콤한 유혹’이었다. 실제 1926년 조지 발란신의 안무로 초연된 뒤 프레드릭 애쉬톤, 존 노이마이어 등 세계적 안무가들의 유명 버전만 14개에 이른다.
이번 공연작은 몬테카를로 발레단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작품. ‘로미오…’는 강수진이 줄리엣역을 맡았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94년 내한 공연 등 두차례 공연된 바 있지만 ‘마이요 버전’은 국내 처음이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사용한 이 버전은 96년 초연이후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강수진하면 떠오르는, 스토리에 맞춰 감성적인 율동과 연기를 펼치는 이른바 ‘드라마틱 발레’의 수작으로 꼽힌다.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로미오가 줄리엣의 질투에 휩싸인 사촌 티볼트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슬로우 모션 기법이 사용된다. 사제 로렌스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작품의 내레이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이요가 초연 당시 ‘줄리엣&로미오’라는 제목을 고집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줄리엣은 사랑과 인생에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용걸―김지영, 이원국―김주원 등 국내 발레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짝을 이뤄 주연을 맡았다.
7월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정식입단한 김용걸과 국내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원국이 로미오와 사제 로렌스 등 두 배역을 교대로 맡는다. 줄리엣·캐플릿 부인에는 98년 파리국제발레콩쿠르 2인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지영, ‘세계 춤2000 서울’의 발레 갈라쇼에서 러시아 출신의 이렉 무카메도프와의 2인무로 화제를 모은 김주원이 등장한다.
김주원은 “유럽에서 유행하는 드라마틱 발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춤이나 연기 모두 이전 작품들과 상당히 달라 부담스럽지만 도전해 볼 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팽이처럼 뺑그르르 도는 무용수의 현기증나는 회전과 남성 발레리노의 높은 도약 등 테크닉 위주의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팬들에게 하나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마이요가 ‘포스트 클래식 발레’라고 표현한 이번 작품은 테크닉보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춤 속의 연기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조반나 로렌조니(조안무) 어니스트 피뇽 (무대미술) 제롬 캐플랑(의상) 등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스태프가 마이요의 명성을 살리기 위해 공연에 참가했다.
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금 7시반 토 3시반 7시반 일 3시반. 1만∼6만원. 1588―7890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