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가드’ 이상민(28·현대)이 비공식적이나마 ‘연봉 킹’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연봉계약 마감시간(7월31일)을 넘긴 뒤에도 한달 가까이 구단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이상민은 29일 밤 연봉 2억3000만원에 도장을 꾹 찍었다. 올 시즌 공식적인 연봉 1위는 3억3000만원의 서장훈(26·SK). 이상민과의 격차는 무려 1억원이다. 그러나 이상민은 2억3000만원의 공식연봉 이외에 광고출연 형식으로 1억원의 수입을 구단으로부터 보장받아 실질적으로는 서장훈과 같다.
결국 이상민은 비공식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연세대 후배 서장훈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연봉선수인 정민태(현대·3억1000만원)를 제치고 국내 프로스포츠 공동 최고연봉 선수가 된 것이다. 12명의 선수와 계약을 완료한 뒤 마지막으로 이상민과 테이블에 앉은 현대가 이상민에게 최대한 올려줄 수 있었던 금액은 딱 1000만원.
막판까지 이상민이 획기적인 연봉인상을 주장하자 샐러리캡 여유가 없던 구단은 궁여지책으로 2, 3명의 선수를 다른 팀에 임대하거나 현금 트레이드해서 이상민의 요구에 응하려고 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이상민이 동료들의 트레이드를 반대했다.
“그동안 팀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해서 된 것인데 동료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고집을 피우긴 싫어요.”
이상민이 ‘공식’ 연봉 킹을 포기한 이유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