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벤처기업이 밀집해있는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비트밸리에서 ‘인디고’라는 인터넷업체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장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소프트방크 사장의 막내동생인 손태장(孫泰藏·28)씨. 그가 인터넷관련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관련 자회사를 속속 설립하자 일본에선 ‘제2의 손정의’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며 주목하고 있다.
손씨가 인디고를 설립한 것은 도쿄대 경영학과 3학년 재학중인 96년. 그때까지만 해도 형처럼 인터넷 사업을 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는 “15세 위인 형은 고교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기 때문에 형과 가깝게 지낼 기회가 없었고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형이 아니라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이 제공했다. 우연히 소프트방크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야후저팬 설립 논의차 일본에 온 양을 만나 자유분방한 사업구상에 매료됐다. 그는 야후저팬 설립을 돕기 위해 한달만에 친구 10여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형에게는 한푼의 자금도 지원받지 않았다.
손태장씨는 “형은 친척이나 가족 등 사적인 관계와 회사 일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사람”이라며 “형에게서 가끔 사업에 대한 조언을 받고 소프트방크와 거래를 하지만 자본관계는 완전히 독립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 첫해 야후저팬의 초기작업을 비롯해 자바를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개인용 컴퓨터 가정교사센터 등의 사업을 주로 했다. 지난해 인터넷붐이 일면서 사업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창업당시 1000만엔에 불과했던 자본금이 8억5000만엔으로 늘어났다. 인디고의 가능성을 보고 엔젤(벤처기업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투자했기 때문. 지난해 매출은 4억엔, 직원은 65명으로 늘었다.
올해부터는 인터넷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네트워크 구축업무,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 사업 등 인터넷업체에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운영하는 온세일을 인수했고 5월에는 미쓰비시상사 등과 함께 전자상거래 고객정보관리회사인 비위즈를 설립하는 등 자회사도 8개사로 늘어났다. 현재 추진중인 설립 및 인수건수만 해도 10여건에 이른다.
언뜻 보면 손태장씨는 형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형은 미국유학파로 일본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그는 고교때까지 고향인 사가(佐賀)현에서 지낸 뒤 대학때 도쿄로 올라온 일본 국내파다. 또 그는 정열적으로 사업에만 몰두하는 형과는 달리 자유분방하게 일을 즐긴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야심은 형에 못지 않게 크다. 그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인디고는 푸른색을 내는 청바지 염료로 인도원산이지만 실크로드를 통해 전세계에 확산됐습니다. 인디고라는 이름처럼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확산되도록 사업을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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