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금메달 후보]배드민턴 김동문 2관왕 야심

입력 | 2000-08-31 18:47:00

배드민턴 혼합복식 김동문(왼쪽)-나경민조


내 이름은 김동문. 75년생,삼성전기 소속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다.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주변에서 나에 대한 기대가 높다.혼합복식은 기본이고 남자복식에서도 금메달은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솔직히 부담된다.세계 최정상의 실력차는 종이 한 장보다 얇다.당일 컨디션이나 운이 승부의 80%를 좌우한다.최선을 다 할 뿐이다.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고 있다.특히 16일 말레이시아오픈 남자복식 1회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부터…

▽위기는 기회〓말레이시아오픈은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참가한 국제대회라 부담감이 컸다.홈팀의 추 춘엥―찬 총밍조가 비교적 약체라 얕보기도 했다.코트에 막상 오르자 스텝이 엉기기 시작했다.짝꿍 하태권(25·삼성전기)도 덩달아 헤맸다.하태권이 연신 ‘화이팅’을 외쳤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0―2 완패.

경기가 끝난 직후 창피하다는 생각이 앞섰다.1회전 탈락은 92년 대표선수가 되고난 후 처음이었다.연습을 게을리한 것도 아닌데 억장이 무너졌다.마음을 다시 잡았다.어쩌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액땜일지도 모른다고.

남자복식 최대의 라이벌은 인도네시아의 찬드라 위자야―토니 구나완조.둘 다 우리조와 동갑인데 스피드와 파워가 매섭다.우리는 상대에 비해 신장이 큰 만큼 타점이 높아 공격면에서 우세하다.반면 동작 반경이 커 빠른볼 처리와 네트플레이에서 다소 처진다.저녁마다 상대의 플레이를 비디오로 분석하고 있다.올들어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긴 경험이 있어 경기 당일 컨디션만 좋다면 승산이 있다.

▽찰떡 궁합〓나경민(24·대교 눈높이)과 짝을 이루는 혼합복식.언론에서는 늘 세계 최강의 비결을 묻는다.생각해보니 특별한 비결은 없다.다만 어떤 경기에서건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자신감이라고 할까.사실 혼복은 여자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그런면에서 나는 행운아다.단식선수 출신인 나경민은 빠른볼 처리와 네트플레이가 우수하다.

96애틀랜타올림픽때는 길영아 누나와 함께 박주봉―나경민조를 결승에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당시 경민에게 공격을 집중해 울음보를 터뜨리게 했지만 이제 우리는 ‘찰떡 궁합’이다.길영아 누나와 호흡을 맞출때보다 키가 큰 경민이와는 한결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마치 남자복식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최대 라이벌은 중국의 리우용―게페이조.올 전영오픈 결승에서 코를 눌러놨다.말레이시아오픈 우승을 계기로 세계랭킹 1위를 되찾아 시드배정이 유리하게 된 것도 행운이다.팬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끝 ―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