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양에서 끝난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경제 협력 등 몇몇 분야에서는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회담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군사분야 등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 분야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31일로 예정됐던 공동발표문 공개도 하루 늦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양측 대표들이 경제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남북한이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투자보장이나 이중과세 방지협정, 청산 결제와 분쟁 해결 방안 등은 남북한 경협의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이미 밝혔듯이 연내에 이산가족 교환 방문을 2차례 더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산가족들에게는 다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우리측이 의제로 제시한 남북 직통전화 가설 등 군사 문제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그리고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 등에 대해 북한측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김위원장이 “3차 장관급회담부터 속도를 내자”고 한 발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로서는 북한측이 회담의 핵심이 되어야 할 사안을 의도적으로 피해 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측이 군사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이유는 군부의 반대라든지, 한반도 평화문제는 미국과 해결하겠다는 외교 전략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총부리를 서로 맞대고 있는 남북한의 현실을 보면 군사 직통전화 설치나 군사 당국자간 회담은 남북한 문제의 핵심사안으로 우선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북한측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측은 납북자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400여명의 납북자들에 대해 생존 여부 등 사실 확인이라도 해 보자는 데 성의를 보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국군포로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측은 엄연히 명단까지 내놓는 마당에 무조건 부인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자세다.
백두산과 한라산 교차 관광에 합의한 것도 의미는 있지만 그런 이벤트성 교류보다는 한반도의 평화나 긴장완화에 관련된 본질 문제에 조금씩이라도 접근해 가는 모습을 보여야 6·15선언은 생명력을 더해가는 것이다.
남북문제 해결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논의해야 할 주제의 우선 순위는 명확히 해야 한다. 제3차회담에서는 남북한 대표들이 그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차근차근 접근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