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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동경비구역 JSA' 절묘한 섞임의 미학

입력 | 2000-08-31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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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현실이 한겨울 빨래처럼 걸려있는 공간, 판문점. 그 판문점을 중심으로 남북이 코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단 북측초소에서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대한민국 육군병장 이수혁(이병헌)은 영웅이 된다. 북한군의 납북 공작에 맞서 ‘빨갱이’를 둘이나 해치웠기 때문이다. 북조선인민공화국 인민군 중사 오경필(송강호)도 공화국 영웅이 된다. 이수혁의 비겁한 야습에 맞서 그를 격퇴시켰기 때문이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 똑같은 수의 시체. 하지만 진실은 양갈래로 찢어져있다.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은 올해 유일하게 분단현실을 담아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바로 여기서 영화를 시작한다. 주제의 무게만으로도 휘청일만한데 ‘판문점도끼만행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정공법을 택하다니. 초식만 그럴 듯 했지 내공은 형편없다던 박찬욱감독이 저러다 주화입마(走禍入魔)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 순간부터 1시간여 동안 펼쳐내는 무공은 실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다. 그는 미스터리, 코미디, 드라마의 복잡한 초식을 한줄로 엮어내며 시작과 끝을 맞물리는 수미쌍관의 솜씨까지 발휘했다.

◇미스터리

이 영화의 기본틀이다. 찢겨진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