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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너에게 나를 입힌다"…엄마-아이 '세트 의상'

입력 | 2000-08-31 19:05:00

▲패션 母女


‘너에게 나를 입힌다.’

주부 윤일선씨(3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요즘 딸 문나영양(6)과 다니다 보면 호기심과 시샘이 섞인 다른 엄마들의 시선을 느낀다고 말한다. 가족모임은 물론이고 산책이건 장보러 가는 길이건 아이와 같이 있을 땐 항상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는 탓.

몇 년 전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커플룩 패션’처럼, 요즘엔 젊은 엄마와 자녀가 옷을 맞춰 나란히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엄마는 ‘아이는 작은 나’라는 ‘미니미(Mini―Me)’ 의식에서 출발, 아이를 통해 내가 보여지고 싶은 대로 표현할 수 있으며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를 닮고 싶은 모방심리를 충족하는 인상이 짙다.

윤씨는 “우선 일체감을 느낄 수 있고 그걸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어 좋아요. 또 그맘때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엄마와 ‘같은 급’으로 꾸민다는 점 때문에 아이도 좋아하고요”라고 말한다.

◇패션통해 일체감 표현◇

패션을 통해 엄마와 자녀가 일체감을 표현하고픈 심리는 ‘오모소(吾母所)’의 성공을 불러왔다. ‘나와 엄마가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지닌 이 브랜드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부모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은 시쯔다 몬테소리 등 미취학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밀집해 있다. 돌잔치에서 유치원졸업식까지 아이와 엄마를 위한 세트의상을 출시하는 이 브랜드가 젊은 엄마들의 눈에 띈 것. 거리매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2월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했고 최근 ‘엄마 옷’은 계산에 넣지 않고 아동복시장 매출로만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백화점 내에서도 반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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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원 수석디자이너는 “쉽게 질리지 않는 단순한 스타일의 정장에 스타킹 모자 가방 머리핀 인형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젊은 엄마들의 취향에 꼭 맞는데다 브랜드 이름이 ‘일제’임을 ‘의심’케 하는 생소한 것이어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엄마 옷이나 아이 옷의 가격이 똑같은데 재킷 하나에 13만원, 바지 한 벌에 9만원으로 엄마 옷으론 모르지만 아동복치고는 만만찮다.

◀폴로직매장에서 직원이 엄마와 아이가 입을수 있는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의류업체들 '너도 나도'◇

‘패밀리 브랜드’라 불리며 어른과 아이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의류업체에서도 최근 들어 ‘아이 옷과 어른 옷’을 특별히 구분 짓지 않는 추세. 폴로 지오다노 레노마 게스 베네통 등에서는 단지 사이즈의 차이만 둬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자녀와 함께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오다노는 ‘아빠와 함께 입는다’를 컨셉트로 동일 디자인의 티셔츠를 사이즈만 다르게 내놓고 있고 폴로는 기본적인 줄무늬 셔츠나 남방, 니트 외에도 잠바류까지 어른과 아이가 맞춰 입을 수 있게 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송선미씨(37·서울 광진구 광장동)는 “한 자녀 시대이니 만큼 더 밀도 있는 애정표현을 찾고 있고, 그것이 비슷한 디자인의 아동복―성인복 세트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덕대 신효정교수(의상심리학)는 “외국의 경우 심지어 잠옷까지 부모와 자녀가 세트로 입을 수 있는 상품들이 나와 있다”며 “부모―자녀 세트형 옷은 입는 사람에게 일체감을 강화시켜주면서 외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일종의 유니폼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cij1999@donga.com

◀압구정동에서 옷을 사 입을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