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Me, Myself & Irene)’을 보기 전에 필요한 자가 테스트. 첫째, ‘허리 아래’를 심한 놀림감으로 삼는 게 불쾌한가? 둘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기상천외한 헤어젤, 개를 괴롭히는 장면이 싫었는가?
대답이 ‘그렇다’면 ‘미, 마이셀프∼’는 피해야 할 영화다. 반면 ‘아니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메리에겐∼’만큼 상큼하리라 기대하지 말 것. 패럴리 형제 감독이 자신들의 전작을 반복 변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다.
아내가 흑인과 눈이 맞아 아이를 낳고 떠나버렸지만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며 착하게 사는 경찰 찰리(짐 캐리). 화가 나도 늘 참던 그는 심한 모욕을 당한 뒤 포악하게 돌변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그의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자아 행크가 튀어나온 것.
이 영화에서 찰리가 사랑하는 아이린(르네 젤위거)은 별 역할이 없고, 플롯도 엉성하다. 단, 유연한 몸과 표정으로 거친 행크와 착한 찰리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짐 캐리가 없다면 이 영화는 성립 불가능했다. 탁월한 코미디언인 짐캐리가 서로 싸우는 행크와 찰리를 혼자 연기하는 장면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의 10분에 한 번 꼴로 웃음이 터지지만, 닭을 ‘부적절한 곳’에 이용한 장면 등 기괴하고 보기 불편한 장면도 많다. 그러나 슬럼가 흑인처럼 생겼어도 천재인 찰리의 아들에 대한 묘사처럼, 이 영화는 민감한 대상을 건드리면서도 동시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저속하고 소수에게 불공정한 듯한 패럴리 형제의 코미디가 심각한 비난을 받지않는 이유다. 18세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