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이모를 볼 때마다 잔소리하신답니다. ‘왜 시집갈 생각은 하지 않구!’ 라면서요. 이모 얘기는 뭐, 마음에 차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나요. 이모는 어떤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이 얘기를 이모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스 전설에서 길어온 얘기래요. 언제나 그렇듯이 예쁜 공주님이 한분 살았겠죠. 우리 이모처럼, 어떤 남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대나요. 우리 이모는 공주가 아니라구요? 공주병이니까 비슷하죠. 어쨌든 그래서 공주님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직접 만들기로 했대요.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곱게 빻은 아몬드를 골고루 섞었죠. (맛있겠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빚은 다음 40일 동안이나 밤낮으로 기도를 드렸대요. 반죽은 아름다운 남자가 되었어요.
그런데 그가 얼마나 멋있게 생겼는지 아주 먼나라에까지 소문이 났죠. 먼 나라의 검은 여왕이 설탕남자를 훔쳐오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뱃사람들을 시켜서 그렇게 했죠. 공주님은 얼마나 슬펐겠어요!
그렇지만 공주님은 가만히 앉아있지 않았어요. 무쇠신발 세 켤레를 챙겨 설탕남자를 찾으러 길을 떠난 거에요. 그 뒤의 얘기가 궁금하죠? 제가 다 들려주면 안되겠죠.
그런데 이 얘기를 이모한테 들려주는 이유는 뭐냐하면요, 원하는 게 있으면 만들어도 보고, 사랑하는 게 없어지면 무쇠 신 세 개를 챙겨서라도 세상 끝까지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거죠. 어떤 일이나 정성을 들이지 않고 가만 앉아만 있으면 언젠가 후회하게 된대요. 사람은 딱 한번 사는 거니까요. 여자들도 바라는 걸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되죠. 모험이 남자만의 일인가요?
…환상적인 내용과 함께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이 더욱 돋보이는 그림동화.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색배합과 무늬, 선명한 주인공들의 이미지 대비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아니카 에스테롤·글/율리아 구코바·그림/원미선 옮김/비룡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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