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효과’라는 말이 있다.
과거 지중해에서는 고래를 보기 힘들어 선원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배보다 더 큰 바다생물이 거칠게 물을 뿜어내는 장면을 본 선원들은 경이로울 수밖에 없었다. 선원들의 과장된 얘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무수한 바다괴수 신화를 탄생시켰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하면서 잘못된 이미지가 사회전반에 고정화되는 현상을 이른바 ‘고래효과’라고 한다.
‘도박사의 자기모순’이라는 말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동전을 던지고 앞면과 뒷면 맞히기 게임을 할 때 열 번 계속해서 앞면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 던지기에 어떤 면이 나올까를 묻는다면 분명히 90% 이상이 뒷면이 나온다는 데 돈을 건다. 그러나 실제로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일 뿐이다.
요사이 닷컴기업에 대한 논란이 많다. 한때는 인터넷이 모든 해답인 것처럼 사회 전체가 한쪽으로 쏠려가다가 이제는 일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일부 닷컴기업들은 잘못된 신화를 기업 모델로 삼기도 했다.
고래효과처럼 자신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잘못된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도박사의 자기모순과 같이 실제와는 다른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판단이 힘을 더해가고 있다. 시장이 닷컴기업의 거품을 제거하고 옥석을 가리는 순기능으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닷컴기업의 발목만을 붙잡는 역기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닷컴기업 중에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착실하게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런 기업들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시장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변화 속도와 인터넷 발전속도 간의 격차에서 비롯된 바람직하지 않은 비즈니스 환경도 빠른 시일 안에 개선돼야 한다.
인터넷은 전세계적 대세이며 새로운 경제질서와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향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은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인터넷비즈니스 또는 벤처기업의 가치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 시점에 존재한다. 그 미래는 공허한 먼 훗날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이다.
닷컴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이 무어나 메칼프 등이 언급한 속도와 네트워크에 의해 지배받는 대신 고래효과나 도박사의 자기모순과 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논리에 좌우되는 일이 지속되어선 곤란하다.
손승현(심마니사장) crayman@simm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