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주택가에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재건축 사업지구 내에 포함된 도로가 폐쇄된 뒤 아파트단지로 편입될 처지에 놓이자 구와 인근 주민들이 ‘폐도(閉道)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폐쇄될 도로는 청담동 29, 30 1만4490㎡ 부지의 재건축사업지구 내 T자형 도로(폭 5∼6m 길이 180m). 이 도로는 인근 삼환, 삼성아파트와 단독주택 주민들이 서울 지하철7호선 청담역 방향의 학동로나 반대편 압구정동쪽 도산대로로 지나다니는 지름길이다.
재건축사업지구에서는 현재 129가구의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고 2002년 6월까지 271가구 규모의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강남구는 ‘재건축사업지구 내에 도로가 포함될 경우 이를 대지 등으로 용도변경해줄 수 있다’고 규정한 관련 법규에 근거, 사업주가 재건축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의 폭을 현재의 6m에서 8∼9m로 확장토록 하는 등의 단서조건을 달아 사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사업주는 6월부터 건물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사업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면 도로의 폭을 2∼3m씩 확장해 놓았다.
주민들은 이같은 구의 조처가 주택가 교통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건축사업주에게만 특혜를 준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환아파트 주민 이종길씨(55)는 “공용 도로를 주민 동의없이 폐쇄시켰다”고 분개하면서 “이면도로가 확장되더라도 노상 주차장으로 활용될 뿐이어서 도로 폐쇄에 따른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건축사업주는 6월부터 건축물 멸실신고없이 철거작업을 벌이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상태이지만 현재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한영웅조합장(56)은 “구에서 도로를 넓힌 후 사업을 진행하도록 지시해 건물철거 작업부터 시작한 것이며 폐도문제는 적법한 심의절차를 밟아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구의회는 최근 이 도로의 폐쇄를 반대하면서 구 재산인 도로의 매각안을 부결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도로 폐쇄에 대한 주민 진정이 잇따르자 8일 현지 실사를 벌인 뒤 구청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95년부터 재건축사업이 활발한 청담동 일대에는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등이 철거된 자리에 현대, 삼성, 우방 등 8개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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