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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올림픽]'환경올림픽' 퀀즈랜드州 사례

입력 | 2000-09-04 19:20:00


2000년 올림픽은 시드니에서 열리지만 이에 앞선 92년 올림픽은 호주 퀸즈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브리즈번시는 교외 모턴 베이에 있는 700㏊ 규모의 분달습지를 매립해 올림픽 경기장을 짓겠다며 1980년대 중반 올림픽 유치를 신청했었다. 분달 습지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온 철새와 텃새의 집단 서식지.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간에 “올림픽도 좋지만 보름 동안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그 넓은 경기장은 무엇에 쓸 것인가” “사라진 숲과 물은 어디에서 볼 것이며 새들의 노랫소리는 어떻게 다시 들을 것인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로 올림픽 유치 반대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브리즈번 시는 시청 앞에서 연일 올림픽 유치 반대농성을 벌이는 시민들의 ‘극성스런 자연사랑’에 밀려 올림픽 유치 포기를 선언했다. 시민들의 반대가 없었더라면 92년 올림픽이 바르셀로나에서 열리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브리즈번 시민들은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놓쳤지만 이 곳에서 새들의 날개짓을 보며 하이킹을 하거나 카누를 영원히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호주인의 자연사랑은 남다르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 수없이 많은데도 굳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던 홈부시 베이를 선택해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것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호주인다운 발상이 아닐까 싶다.

마이클 나이트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장은 “홈부시 베이를 텃새는 물론 한국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라오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남도록 하겠다”면서 “참가 선수단들이 환경올림픽의 취지에 화답해 줄 것이고 그 열매는 지구촌 곳곳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yongari@donga.com